반기문, 대선 불출마 선언

측근들도 ‘하차 결심’ 눈치 못채…사무실 계약 마친 캠프 “날벼락”

2017.02.01 22:35 입력 2017.02.01 23:26 수정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은 측근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벽 불출마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지만 여야 정당 대표들을 계획대로 예방하고, 새 캠프 사무실 계약까지 마쳤다. 불출마 선언 순간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오후 3시26분 국회 정론관 연단에 섰다.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예방하고 곧장 발걸음을 이곳으로 옮겼다. 그가 양복 재킷 주머니에 출력해둔 불출마 선언문을 품고 심 대표를 만났던 셈이지만 캠프에선 반 전 총장 불출마를 예상한 이는 없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라고 했다. 실제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참모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실제 이날 서울 마포에서 여의도로 옮겨 대선 캠프를 출범키로 하고 사무실 계약까지 끝낸 상태였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캠프 인사로 낙점하기도 했다. 2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이날 새벽 부인 유순택씨와 불출마에 대해 깊이 상의했고,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혼자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며 결심을 다졌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국회에서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마포 캠프 사무실로 돌아와 2시간여를 머물렀다. 그는 측근들에게 사과하면서 “정치가 정말 이런 것이냐” “정치인들은 마음을 비우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더라”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제안한 개헌협의체가 정치권에서 냉대를 받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정치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정치꾼들한테 맡겨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바른정당·정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바른정당을 방문했을 땐 김재경 최고위원이 “후보는 캠프에 가면 안된다. 캠프 사람들이 후보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가만두지 않는다”고 조언하자 “왜 이런 조언을 이전엔 듣지 못했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정 대표가 “꽃가마 대령하겠다는 사람 절대 믿지 마시라”고 조언하자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측근도 몰랐을 정도인 전격적 불출마 선언을 두고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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