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괴’ 사극과 괴수의 첫 만남…‘밍밍하네’

2018.09.11 21:08 입력 2018.09.11 21:09 수정

조선 중종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물괴>는 국내 최초의 사극판 괴수물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선 중종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물괴>는 국내 최초의 사극판 괴수물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석 대목을 앞두고 국내 대작 영화들이 관객 맞을 채비를 마쳤다. <안시성> <명당> <협상> 등 쟁쟁한 경쟁작들 속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작품은 <물괴>다. 영화의 차별점은 국내 최초 사극판 크리처(괴수)물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괴수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괴생명체의 등장과 당대의 정치상을 엮으려는 시도가 보이지만 전형적이다. 영화의 악을 대표하는 인물이 배우 이경영이라는 사실도 <물괴>를 어디서 본 듯하다고 느끼게 하는 이유다. 영화는 제51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대됐다.

중종 22년, 인왕산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사람들을 해친다는 소문이 돈다. 괴이한 생명체를 사람들은 ‘물괴’라 부르고 두려워한다. 물괴를 만나면 죽거나 역병을 얻는다는 소문에 수도 한양은 공포에 휩싸인다. 무능한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원한이 커진다. 중종(박희순)은 ‘물괴’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영의정(이경영)이 만들어낸 거짓이라 여긴다. 임금은 초야에 묻혀 딸 명(혜리)과 동료 성한(김인권)과 살아가는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들여 진상 조사를 명한다.

물괴의 실체를 밝히는 세 사람과 그를 돕는 허 선전관(최우식)의 이야기가 극을 이끌어 나간다. 영의정과 그의 친위대 착호갑사의 수장 진용(박성웅)이 이들의 반대편에서 갈등을 만들어 낸다. 물괴라는 소재를 통해서 시대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려는 시도는 이 부분에서 엿보인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허황된 소문을 퍼뜨리고 여론을 흉흉하게 해 상대를 무너뜨리려 하는 행위는 지금 정치권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화가 조선왕조실록에 실제 언급된 ‘괴이한 생명체’ 기록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역사적 해석을 가미할 수 있었을 듯싶다.

다만 이를 그려내는 <물괴>의 묘사는 상투적이다. 백성들은 소문에 휘둘리기만 할 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다. 영의정을 비롯한 양반 대부분은 악인의 표상처럼 그려진다. 윤겸과 성한은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배역이지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다. 배역의 활용이 기계적인 면이 아쉽다. 중반부터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상징 ‘물괴’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탄생한 물괴의 모습은 생각만큼 무섭거나 괴기스럽지는 않다. 사람을 죽이고 마을을 초토화하지만, 물괴의 탄생 이유를 생각하면 짠한 느낌까지 들 정도다. 스토리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관객이 물괴를 더 무서워하기도 어렵다. 허종호 감독은 기자시사회에서 “궁과 잘 어울리는 크리처를 고민했다”며 “외국과 다른 우리만의 크리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진지한 상황에서 윤겸과 성한이 종종 코믹한 장면을 연출한다. 명과 허 선전관의 러브라인도 그려진다. 상황에 딱딱 떨어지는 유머와 로맨스는 아니나, <조선명탐정> 식의 익숙한 명절 사극을 기대한다면 웃으며 넘길 만한 설정으로 보일 수 있다. 15세 관람가.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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