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 불허에도…트럼프,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 고집

2019.07.10 21:25 입력 2019.07.10 21:29 수정

이민자들 조사 피할 가능성

지역구 의석 배정 등에 직결

민주 펠로시 하원의장 비판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 것”

미국에서 내년 실시할 인구조사에 시민권자인지를 묻는 질문을 넣을 것인지를 두고 법적·정치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인구조사에 시민권 조항을 넣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뉴욕 연방법원은 9일(현지시간) 인구조사 관련 소송을 담당해온 정부 변호인단을 전원 교체하겠다는 법무부 요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제시 퍼먼 판사는 “정부 측은 변호인단 교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았다”면서 정부 변호인단 가운데 직업을 바꾼 변호사 2명의 교체만 허용하고 나머지 9명의 교체는 불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인구조사 재판 담당 판사가 법무부가 원하는 변호사들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미 법무부는 지난 7일 인구조사 소송을 담당해온 변호인단 전원 교체라는 이례적인 방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인구조사에 시민권 조항을 넣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천명한 뒤 나온 조치였다. 미국 언론들은 기존 변호인단에 내분이 있었거나, 새로운 팀을 투입해 새로운 논리를 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의도가 무엇이든 변호인단 전원 교체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재차 차질을 빚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행정명령’ 카드를 뽑아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송 전망도 밝지 않고, 민주당도 결사반대하고 있어서다. 시간도 압박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지난달 30일을 인구조사 설문지 인쇄·발송 시한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인쇄가 끝나면 ‘부록’ 형태로 시민권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행정명령 발동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호세 세라노 하원 세출소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인구조사 질문지 재인쇄에 예산을 한푼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8일 트럼프 정부의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조항 추가 움직임에 대해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것으로 노골적 반이민 정책을 표방한 그가 미국을 ‘백인사회’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었다.

민주당은 인구조사에서 시민권자 여부를 묻게 되면 서류 미비 등으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라틴계 등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불법체류 단속 등 불이익을 받게 될까 봐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에서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조사 결과는 연방의회 지역구 의석수 배정의 기준이 되고, 대선 선거인단 배분은 연방의회 의석수에 연동된다. 이 문제가 넓게는 내년 대선과도 연결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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