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이 뛰지 않는 토트넘은 무기력했다. 개막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던 기세는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수비까지 무너지며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아야 했다.

토트넘은 11일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에 0-3으로 완패했다. 순위표 최상단에서 버티던 토트넘의 시즌 첫 패배다. 개막 3경기에서 무실점 전승을 달리던 터라 실점 역시 이날이 처음이다.

토트넘의 무기력한 패배는 역시 손흥민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그는 당분간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는 처지다. 이번 시즌 EPL 3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선봉장 노릇을 했던 손흥민의 부재는 가뜩이나 초라한 토트넘의 공격을 무디게 만들었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남미예선에 참가했던 다빈손 산체스와 지오반니 로 셀소, 크리스티안 로메로까지 방역수칙으로 결장해 토트넘의 전력은 평소보다 허약하기만 했다.

토트넘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중앙 수비수 다이어가 경기 초반 상대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결국, 에릭 다이어는 전반 12분 조 로든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수비가 흔들리니 공격이 될 리 없다. 전반 내내 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 사이 상대는 7개의 슈팅을 쏟아냈다. 수문장 위고 요리스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실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토트넘의 불운은 후반에도 여전했다. 이번엔 또 다른 수비수 자페 탕강가가 경고 누적으로 쫓겨났다. 탕강가는 후반 5분 첫 경고를 받은 뒤 12분 다시 한 장의 경고를 추가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평소보다 전력도 허약한 데 숫자까지 1명 적으니 마침내 실점이 속출했다. 토트넘은 후반 21분 페널티킥으로 윌프리드 자하에게 선제골을 헌납했다.

한 번 무너진 저울추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토트넘은 교체 투입된 크리스털 팰리스 공격수 우드슨 에두아르에게 경기 막바지 골문이 뚫렸다. 에두아르는 후반 39분 자하의 크로스를 잡아채 2-0으로 점수를 벌린 뒤 후반 48분 쐐기골까지 터뜨려 승리를 자축했다. 이날 경기는 에두아르가 크리스털 팰리스 유니폼을 입고 뛴 데뷔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