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돕고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4일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65일 만이다. 곽 전 의원에겐 첫 영장에 담긴 알선수재 외에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고, 영장재판부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화천대유에 취업한 아들을 통해 곽 전 의원이 “50개(억원)를 요구했다”는 김만배·정영학씨 녹취록이 공개된 후 뒤늦게 보강된 수사를 법원이 인정한 격이다. 만시지탄이고, 검찰은 부실·늑장 수사를 책망받아 마땅하다.
법원이 곽 전 의원을 구속시킨 ‘주요 범죄’ 혐의는 대장동 사업을 따낸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맞물려 있다. 검찰은 2차 영장에서 하나은행과 입찰 경쟁사 조사를 통해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에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맺도록 청탁한 정황을 제시하고, 대장동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2018년 9월 곽 전 의원이 김씨를 따로 만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곽 전 의원의 국회 활동과 영향력도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과 직무관련성(뇌물죄)이 있다고 봤다. 대장동 시행사(성남의뜰)의 7% 지분을 가진 김씨 일당이 43%를 투자한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맺고 유지하는 데 곽 전 의원이 ‘뒷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장동 수사는 지금까지 세 묶음으로 이뤄졌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설계했다고 한 ‘민관 합작 개발’의 배임 여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씨 일당이 작당·설계한 부정 입찰과 시행사 설립, 김씨가 ‘50억 클럽’으로 지목한 6인의 역할과 수뢰 여부이다. 곽 전 의원의 구속은 김씨 일당이 자산 관리와 이익 배분을 주도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의 진상을 밝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50억 클럽’ 중 처음으로 곽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은 수사 단서로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 설립 초기 고문변호사를 맡고 5억원을 송금하고 취업한 딸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오랜 밀착 정황에도 박 전 특검 수사는 두차례 소환조사 후 답보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과 녹취록은 대선에서도 쟁점이 되어 있다. 검찰은 더욱 수사 고삐를 죄서 하루라도 빨리 대장동 사건의 전모를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