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왔더니 “확진자는 돌아가라”···군대도 인생도 꼬였다

2022.03.18 18:39 입력 2022.03.18 19:09 수정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대학을 휴학하고 최근 육군 훈련소에 입소한 A씨는 훈련소에서 시행한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 격리하라’는 통보도 함께 받았다. 훈련을 마친 뒤 기술행정병으로 복무 예정이었던 A씨에게는 날벼락 같은 통보였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몸이 힘든 건 견디면 된다손 치더라도 입대와 군복무를 중심에 두고 계획했던 인생 경로가 다 헝클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18일 병무청에 따르면 A씨처럼 코로나19에 확진된 특수보직 훈련병들에게는 ‘격리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보직의 인력을 충원할 때 입영할 수 있다’는 안내가 통지됐다. 3개월 이후에도 자리가 나지 않으면 비특기병으로 새로 지원하거나 아예 입대를 미뤄야 한다. 다행히 3개월 이내에 재입영을 했는데 또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돼 최종 귀가 조치된 사례까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격리 중인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지만,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휴학하고 입대에 맞춰 일정을 다 맞춰놨는데 시간 낭비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재입영이 어렵게 될 경우 특기병을 포기하거나 2학기에 복학한 뒤 내년으로 입대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훈련병 입소자 가운데 올해 1월1일부터 2월28일까지 코로나19로 귀가 조치가 내려진 인원은 164명이다. 이 가운데 다시 입영한 사람은 148명이고, 나머지 16명은 입대를 포기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복귀했다.

병무청은 올해 특기병으로 복무 예정인 훈련병의 재입영이 취소된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려 귀가한 훈련병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기병에 대한 부대별 수요가 들쑥날쑥해 A씨처럼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병역법 시행령 제29조의2에는 “귀가된 사람 중 치유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로서 질병이 치유돼 다시 입영하기를 희망하는 경우 현역병 선발 시 부여된 군사특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다시 입영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육군 같은 경우 입소가 잦아 큰 문제가 있진 않지만, 한 달에 한 기수만 들어가는 해병대 등의 경우 남는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다”며 “최근 기수들이 본인이 지원한 특기와 상관없이 임의로 배치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현행 병역법은 코로나19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며 “감염 예방 조치와 함께 (군시설 밖) 사회와 비슷한 수준으로 단계별로 (조치를) 풀어나가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군 격리시설의 열악함과 격리 장기화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훈련병을 이송할 교통수단이나 밀접접촉자의 범위, 격리 장소 등에 대한 기준이 부대마다 제각각이라는 불만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불만 중 하나다. “별도의 통보 없이 격리소에 보내졌는데,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훈련소 생활 중에 확진 판정을 받은 훈련병들을 왜 귀가시키는지 의문이 든다”는 등 군 당국의 방역조치가 민간에 비해 허술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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