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우구치리 철쭉

2022.05.17 03:00 입력 2022.05.17 03:04 수정

봉화 우구치리 철쭉

봉화 우구치리 철쭉

여느 봄꽃에 비해 긴 시간에 걸쳐 화려한 꽃을 피우는 철쭉은 사람살이 곁에서 살아온 낮은 키의 나무다. 그런 철쭉의 생육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쭉은 뜻밖에도 사람의 마을과 떨어진 숲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리 잡은 경북 봉화군 우구치리 옥석산 정상 조금 못 미친 숲에 있는 ‘봉화 우구치리 철쭉’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살이를 피해 깊은 숲에서 돌보는 이 없이 긴 세월을 도도하게 살아온 우리나라 최고령 철쭉이다.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흔히 ‘오백오십년 철쭉’이라고 부른다. 이례적으로 오래된 철쭉임을 강조한 이름이다.

나무를 만나려면 진달래 군락이 터널을 이룬 숲길로 이어진 2㎞ 남짓의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야 한다. 나무로 가는 길에는 이정표도 있고, 나무 곁에 세운 보호수 입간판과 나무 주변의 철제 울타리가 가지런해서 나무를 찾는 데에 어려움은 없다.

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그렇듯 규모 또한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최고에 이른다. 높이는 5m, 뿌리 부근에서 잰 줄기 둘레는 1m를 넘으며 사방으로 고르게 펼친 나뭇가지 폭은 높이의 세 배쯤 되는 15m 가까이 된다. 도심의 낮은 울타리로만 보던 철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매우 특별한 나무다. 무성한 숲 가운데에 웅크리고 있어서 존재감이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큰 키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는 철쭉의 특징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크기라 할 만하다.

비틀리고 굽이치며 비스듬히 솟아오른 나무줄기 모습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키 작은 나무가 숲 그늘 아래에서 펼쳐온 안간힘을 너끈히 짐작할 수 있다. 철쭉은 곁의 다른 큰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에서 햇살을 찾아 비틀며 꿈틀거렸던 것이다. 빛을 찾아 뻗어나온 줄기 가운데 하나는 아예 땅바닥에 닿았고, 그 위로 흙과 이끼가 세월의 더께 되어 덮였다.

햇빛을 찾아 온 힘을 다하며 살아남은 작은 생명의 아우성이 신비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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