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윤석열 대통령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고, 6인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실명으로 “호가호위한다”고 몰아세웠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지 36일 만에, 그의 ‘자동해임’을 뜻하는 당 비상대책위 결정 나흘 만에 자청한 기자회견에서다. 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 집권세력의 민낯이 그대로 표출된 1시간이었다.
회견은 권력암투의 폭로장이었다. 이 대표는 “대선 내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저에 대해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하는 당대표’ 문자 파문을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고 규정했고, 대통령실이 공식 부인한 윤 대통령과의 ‘6월 독대’ 내용도 공개했다. 이 대표는 당 비대위 전환에 대해 의도는 ‘반민주적’이고 행태는 ‘집단린치’라고 반박했다. 윤핵관을 향해선 “대통령과 자신을 이간질해왔다”며 총선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내내 앙앙불락해온 ‘윤석열·윤핵관 대 이준석’ 관계가 정치적 파국에 직면했음을 속속들이 드러낸 날이다.
이 대표는 위기에 처한 윤석열 정부의 반전은 국정기조를 바꾸고 문제 인사들을 배제해야 가능하다고 봤다. 향후 온·오프 공간에서 당원들을 계속 만나며 당 혁신 방안을 숙고한 책도 내겠다고 했다. ‘비윤석열 수장’의 길을 가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독설이 쏟아진 회견에 윤 대통령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침묵으로 답하고, 이 대표도 그들을 만날 뜻이 없다고 했다. 이대로면, 여권 내홍은 전면적이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회견 중 청년·호남을 거론하다 눈물을 흘렸다. 분노의 의미라고 했지만, 그간 젠더·세대를 갈라쳐 상처 주고 성비위 의혹으로 수사받는 그의 눈물에 감동은 없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17일 이 대표가 낸 ‘비대위 무효’ 가처분 소송 심문이 열린다. 승자도 패자도 내상을 피할 수 없다. 당·정·대의 내홍은 7년 전 ‘증세 없는 복지’와 ‘정부의 시행령 독주’로 촉발된 박근혜·유승민 갈등과는 결이 다른, 저열한 권력다툼 성격이 짙다. 여권은 민생·코로나19·안보 위기가 중첩된 이때 ‘권력 막장드라마’에 쌓이는 국민의 울화를 무겁게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