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미끼로 인신매매·장기적출…피해자 폭로로 대만 ‘발칵’

2022.08.28 21:40 입력 2022.08.31 18:23 수정

캄보디아 간 5000명 소식 ‘뚝’

대만 경찰 “최소 370명 구금”

베트남인 40명 헤엄쳐 탈출도

대만 경찰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 캄보디아 인신매매 사건과 연루된 혐의를 받는 용의자 2명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 경찰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 캄보디아 인신매매 사건과 연루된 혐의를 받는 용의자 2명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탈출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봤다. 그들을 위해 일할 순 없었다.” 홍콩 사람인 아디(30)는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 일을 하면 약 637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태국에 갔다가 구금됐던 경험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털어놨다.

그는 태국 북부 매솟에 도착해 차에 태워져 미얀마 국경지대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그는 몸값으로 1만달러를 내든지 아니면 전화사기로 그만큼의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자리를 미끼로 청년들을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로 유인해 온라인 사기 등 강제노동을 시키는 인신매매 실태가 드러나 아시아 각국이 대응에 나섰다.

대만 사례가 가장 충격적이다. 대만 당국은 이달 중순 대만인 약 5000명이 캄보디아를 여행하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전부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대만 경찰은 적어도 370명이 의사에 반해 구금됐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대만인 유탕은 지난 4월 페이스북의 구직자 그룹에서 일자리를 제안받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갔다. 그는 공항에서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캄보디아 남부 시하누크빌로 이송됐다. 앞선 아디의 사례와 유사하게 유탕 역시 풀려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속여서 1만7000달러를 벌어야 했다. 유탕은 “한 남성이 일을 거절했다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맞고 전기충격기에 의해 기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적어도 50명이 같은 사무실에 구금된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제구금, 구타, 몸값 요구 등에 더해 장기 적출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만 CTi뉴스는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근거지를 둔 인신매매단이 신체를 세분화해 가격을 매겨 거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국적은 대만뿐 아니라 태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심지어 케냐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8일엔 취업사기를 당해 캄보디아 국경지대 카지노에서 강제노동을 하던 베트남인 40명이 강을 헤엄쳐 탈출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엔 캄보디아인권센터 등 35개 시민단체가 캄보디아 정부에 강제노동 철폐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외국인들이 납치되고, 판매되고, 인신매매되거나 일자리를 미끼로 캄보디아로 유인된다. 주로 시하누크빌, 프놈펜, 코콩 등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SCMP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일군의 중국인들이 사기 네트워크를 관장하고 구금된 이들의 성과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있는 호텔이 사기 콜센터가 된다. 과거엔 태국이 근거지였으나 중국인을 노리는 인신매매 조직이 태국 당국에 적발된 이후 캄보디아로 옮겨갔다고 SCMP는 전했다. 디플로맷은 “이 같은 사기는 캄보디아에서 10~20년 전에도 흔했지만 중국계 범죄조직이 높은 대가를 미끼로 중국어 사용자를 꾀어낸다는 점이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SCMP는 이 같은 사기가 피해자의 절박한 상황을 노린 측면을 짚었다. 매체는 “팬데믹 이래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젊은 청년들, 온라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시아인들의 희망과 절망, 순진함으로 이 산업이 굴러간다”고 분석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제러미 더글러스는 “팬데믹이 메콩강 일대 범죄조직이 적응하고 혁신하는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여행객 감소로 수입이 줄어든 카지노 업체 등이 온라인 사기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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