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대 못미친 반도체 투자·비위에 고위직 ‘숙청’…당대회 앞두고 사정강화·전열정비

2022.09.18 13:36 입력 2022.09.18 15:18 수정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에 런카이 화신투자관리 부총재의 조사 사실이 공개돼 있다. 홈페이지 화면 캡쳐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에 런카이 화신투자관리 부총재의 조사 사실이 공개돼 있다. 홈페이지 화면 캡쳐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했던 대규모 투자가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부패로 얼룩지자 관련 고위직 인사들을 잇따라 ‘숙청’ 대상에 올리고 있다.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지난 16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런카이(任凱) 화신투자관리 부총재가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를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지했다. 화신투자관리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반도체 대기금) 운용을 전담하는 국유기업이다. 런 부총재는 이 회사 서열 3위의 고위직 인사로 국유은행인 국가개발은행 부총재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중신궈지·中芯國際)의 비상임 이사도 맡고 있다. 중국에서 금융계와 반도체 펀드 및 업계를 아우르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반도체 대기금과 관련해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7번째 고위직 인사다. 중국 감찰 당국은 지난 7월부터 딩원우(丁文武) 반도체 대기금 총재와 화신투자관리의 전·현직 고위 인사 5명을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해왔다. 반도체 대기금과 관련한 잇단 사정 작업은 기금 운용 실패와 고위 인사들의 비위 행위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기 위해 2014년부터 1∼2차에 걸쳐 3429억위안(약 68조원)에 이르는 대기금을 조성했다. 당초 10%대에 불과한 반도체 자립률을 2025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률은 16.7% 정도에 그쳤다. 또 대기금의 많은 지원을 받은 칭화유니(淸華紫光)나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같은 기업들은 자금난과 파산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국유화됐다. 반도체 분야 등 산업 정책을 총괄했던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화부장(장관)이 지난 7월 낙마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칩4) 결성과 반도체·과학법 제정 등을 통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반도체 투자가 큰 성과 없이 비위로 얼룩지자 반부패 사정작업을 강화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분석이다. 중국이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것도 최근 사정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중국은 당 대회가 있는 해에 내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요소들을 제거하는 관계가 있고 이에 맞춰 반도체 분야의 단속이 시작됐다”며 “중국 반도체 산업은 당 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 선전할만한 헤드라인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정치적 전환의 시기에 이를 해결하고 담당자들을 개편할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난달 집적회로(IC·반도체 칩)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1997년 반도체 생산량을 월별 집계한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와 경기 침체, 미국의 견제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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