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갈길 바쁜 바이든, 러시아·북한의 안보 도전 대응 주목

2022.10.05 16:23 입력 2022.10.05 17:31 수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 보장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 보장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중간선거를 한달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분야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도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 수위를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4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인근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낙하한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부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3시간여 뒤 “미국은 일본 상공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위험하고 무모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안보보좌관·국무장관·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고위인사들이 총출동해 각각 한국·일본의 카운터파트와 전화 통화를 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이 각각 한국군, 자위대와 정밀폭격훈련을 포함한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끄는 항모강습단을 동해로 다시 전개시키는 등 군사적 대응도 뒤따랐다.

미국은 그간 한국·일본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논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한·미·일의 조치들은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를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 및 추가 대북 제재 추진 역시 미국이 공언해왔던 사항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지만 비교적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 보도자료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규탄, 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 재확인, 한·미·일 공조 강화 등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전통적인 대응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큰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그의 비관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는 기존 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 검토를 거쳐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추진해 왔지만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지는 못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협박도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중대한 도전이다. 러시아 국방부의 핵 장비 전담 부서 열차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이동 중이라거나, 핵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K-329 벨고로드가 북극해를 향해 출항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자 미국에선 우려가 한층 고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용 포병로켓 시스템(HIMARS) 추가 제공을 포함한 군사 지원 방침을 새로 발표했고, 러시아가 전술핵 등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를 사용하면 인도·중국·튀르키예 등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 주지사 등을 뽑는 중간선거는 오는 11월 8일 실시된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하원에서 간신히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에선 공화당과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하원이나 상원 중 한 곳이라도 다수당 지위가 야당인 공화당에게 돌아갈 경우 바이든 정부는 공화당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높지만 대법원의 여성 임신중단 권리 폐지 판결 등의 이슈가 터지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입법 성과가 더해지면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외교·안보 이슈는 대선과 중간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고조된 위기는 인플레이션 대응, 허리케인 이언으로 인한 재난 피해 복구 등 시급한 국내 현안에 대처하기에도 바쁜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관심과 역량을 분산시키는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움직임은 시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상황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중간선거에 몰두하기에도 바쁜 바이든 대통령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북한의 응수 타진과 미국의 대응 수위 및 방식을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대북 정책을 후순위로 다뤄왔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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