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특별보고서가 나온 게 2018년입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뭘 하고 있나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보고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28일 <2030 경향포럼> 강연에서 ‘행동’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와 탈성장시대 - 1.5도 삶의 조건’을 주제로 연단에 선 이 부소장은 세계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실질적 행동에 나선 것은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내뿜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대부분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 이후 탄소 배출 추이는 이 약속과 동떨어져 있다. 이 부소장은 “자료를 볼 때마다 거대한 거짓말이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도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0년 이후 배출량이 감소한 건 역대 두 번뿐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발생 때다. 외부 요인에 의해 경제활동이 불가피하게 위축된 경우에만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것이다. 이 부소장은 “우리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시스템이나 사회를 아직 만들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까지 줄여야 한다고 처방한다. 불과 7년이 남았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은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 이 부소장은 정부가 지난 4월 수립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도 구체적 밑그림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20기를 폐쇄한다고 합니다. 석탄발전소가 지역에서 빠졌을 때 지역 경제는 어떤 준비가 돼 있나요. ‘그린 리모델링’을 160만 건 한다고 하는데 누가 하는 것이고 얼만큼의 예산이 투입되나요. 이런 게 거의 나와 있지 않아요. 우리가 이것마저도 할 생각이 없다는 걸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소장은 탄소중립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불평등 해소에 자원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사회에 접어들어 불평등 해소에 성장이 기여하기 어렵고, 자살률·노인빈곤율 등 사회적 지표가 악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주택·이동·먹거리·돌봄 위주로 산업과 일자리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완전히 다른 사회를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정치·경제·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