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장애’ 때리더니…‘디지털 강국’ 명성 단번에 와르르

2023.11.20 06:00 입력 2023.11.20 06:02 수정

‘플랫폼 정부’ 예산, 행안부서 재난안전 관련 이어 2번째 많아

개인정보 담긴 민원 서비스 전산화…오류·해킹 위험성 커져

정부 전산망 올해 3차례 오류…‘이중화 작업’ 등 안정화 시급

<b>‘뒷북 사과’ 비판 받고 현장 점검</b>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정부 행정전산망인 ‘새올’과 사회보장통합정보시스템 ‘행복이음’의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뒷북 사과’ 비판 받고 현장 점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정부 행정전산망인 ‘새올’과 사회보장통합정보시스템 ‘행복이음’의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내년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 관련 사업 예산은 7925억원이 편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도 올해보다 209억원 늘어났다. 지방교부세 예산을 제외한 행정안전부 예산 중 재난 안전 관련 예산에 이어 2번째로 많다.

그러나 지난 17일 발생한 ‘지방행정전산망 장애’는 이런 규모의 투자가 ‘디지털 정부’ 보여주기에만 치중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해왔다. 공공기관이 발급하는 민원서류는 행정기관을 방문할 필요 없이 전부 온라인 발급이 가능하게 하고, 각 부처뿐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국가공유데이터플랫폼’, 데이터 기반 재난관리를 위해 유관기관의 재난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재난안전데이터 공유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또 이렇게 모인 정부의 공공데이터나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현재 55가지 민원서류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 앱을 통해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원서비스가 전산화되고 각종 개인정보가 전자정보로 전환될수록 시스템 오류에 따른 혼란과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위험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한 번 드러났다.

장애를 일으킨 ‘새올’ 시스템은 2005년 개발이 시작돼 2007년 보급됐다. 20년 가까이 지나도록 재구축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차세대지방행정공통전산망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이번 장애의 원인은 ‘인증서버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의 오류’로 추정된다. 장비 하나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뿐인데 전국 자치단체의 민원 업무가 ‘올스톱’된 것이다. 오류 상황에 대비한 우회시스템이나 백업시스템을 갖추는 ‘이중화 작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거나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백업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카카오를 질타했고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정부 전산망은 올해 들어서만 3차례 먹통이 됐다.

한국의 디지털 정부, 전자정부 시스템은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올해 잇따라 발생한 전산망 오류는 이 같은 명성에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관련 시스템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돈을 많이 투입하는데, 문제는 이걸 어디에 쓰냐라는 것”이라며 “정부 시스템은 인증관리를 이중화·이원화하도록 돼 있다. 네이버·카카오에도 요구한 만큼 강도 높게 (정부 전산망 이중화가) 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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