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안정된 문장…서사적 짜임새 견고

2008.12.31 16:32
심사위원 이승우·윤대녕

예심을 거쳐 올라온 10편의 작품 중 최종심에서 거론된 작품은 <글렌 굴드 이야기>, <거울 속에 지은 집>, <악수> 이상 3편이었다. 소재와 주제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체험과 사유가 서사의 바탕을 이루기보다는 자의식에 함몰된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과의 마찰을 보여주는 소설이 보다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소설가 이승우씨(사진 왼쪽)와 윤대녕씨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소설가 이승우씨(사진 왼쪽)와 윤대녕씨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악수>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소통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휴양지 마을에서의 흉가 체험을 기본 골격으로 추리 기법을 동원해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화자인 ‘나’와 저승사자 역할을 사는 아버지와의 모호한 관계 설정과 밤마다 열린 창으로 드나드는 누군가의 팔은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관계의 구체성이 결여돼 결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힘이 약해지고 말았다. 소통을 염원하는 화자의 구체적인 상황 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에 지은 집>은 과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화가가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한다. 인터넷을 통한 그림 판매로 생활하는 ‘그녀’와 택배회사 배달원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 작가는 유폐된 욕망의 나르시시즘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이 작품은 인과성이 결여된 이야기의 단순한 나열과 자의식의 과잉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현진현씨의 <글렌 굴드 이야기>는 우선 문장이 안정돼 있고 서사적 짜임새가 견고하다. 글렌 굴드라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이 소설은 좌절된 꿈의 서사를 다루면서 동시에 파괴된 내면의 복원이라는 주제를 놓고 고민한다. 독특한 공간 설정과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가볍게 오가는 발놀림이 매우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작가는 소설이 허구의 힘을 빌려 접근해야 할 지점(현실)이 어디인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대해 선자들은 함께 입을 모았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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