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당선소감 “꿈이 좌절된 사람에게 위로됐으면”

2008.12.31 16:33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 경향 신춘문예]소설 당선소감 “꿈이 좌절된 사람에게 위로됐으면”

소설부문 당선자 현진현씨(35)의 수상 소감이다. 그럴 만도 하다. 현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분에 당선됐다. 계명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현씨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국문과와 문예창작과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대학 마지막 학기 교수님의 조언으로 처음 써본 비평이 덜컥 당선된 것이다. 그러나 비평을 계속하는 대신 “사회생활을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한 광고회사에 취직해 카피라이터가 됐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생활이 해를 넘기고 또 넘겨 벌써 9년째. 그러다 어느날,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으로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일을 하다보니 여유가 없어서 멀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만의 창의적 작업에 대한 욕구가 생겼고, 자연스레 제 몸이 소설을 쓰고 있더라고요.”

당선작 <글렌 굴드 이야기>는 학창 시절 A4 1장 분량으로 쓴 꽁트가 골격이 됐다. 현씨는 지난해 이 꽁트를 찾아내 소설로 재구성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소설을 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광고업의 특성상 바쁜 일이 끝나고 여유 있는 시기를 이용해 작업에 집중했다. 신춘문예 공모를 보고, 부족한 부분을 급하게 수정해 응모한 작품이 당선됐다.

<글렌 굴드 이야기>는 피아니스트의 꿈이 좌절된 채 광고회사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직장인이 어느날 회사에서 글렌 굴드의 피아노를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그는 현실에서 좌절된 꿈을 실현하는 환상에 젖는다. “소설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을 못 이뤘다고 해서 나의 인생이 가치없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지난 9년간 작가의 꿈을 잊고 지냈던 스스로에게 현씨가 던지는 위로이기도 하다.

“이번이 제게 찾아온 2번째 기회입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만큼 많이 읽고, 쓰고 싶습니다. 통상적 서사구조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9년 만의 환향. 고이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며 말했다. “저를 이끌어준 계명대 한국어문학과 최미정 선생님, 문예창작과 김원우 선생님, 그리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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