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 개성있는 언어 활달하게 구사

2008.12.31 16:50
심사위원 황지우·최정례

예심을 통과해 본심의 대상이 된 열다섯 분의 작품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수연씨의 ‘숙련공’이었다. 시를 쓰고 있는 자기 세대의 어법을 개성적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행과 행의 관계를 긴밀하게 조직하는 힘이 부족해 보였고, ‘숙련공’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감각적인 표현에 구체적인 사유를 담지 못한 허약한 표현이 많았다. 시에서 강한 정신력과 숙련된 언어는 함께 이루어진다. ‘도원역’과 ‘아주 조금만 남은 것들’을 쓴 김우찬씨는 언어를 정제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갈고 닦은 언어는 새롭다기보다 익숙하고 편안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언어나 세계를 향한 모험이 보이지 않는다. 시에 지루한 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시인 최정례씨(왼쪽)와 황지우씨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시인 최정례씨(왼쪽)와 황지우씨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웅선씨의 ‘창밖으로 오분’은 창을 내다보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개성적인 어조로 붙잡아내는 그 착상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해 환상으로 잇대어진 연결 부분은 실감이 부족했다. 감탄어미와 ‘치명’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시의 끝을 맺고 있는 것도 안일한 수법이다.

양수덕씨는 다른 응모자들에 비해 개성있는 언어를 활달하게 구사하고 있다. 언어에 개인적 표현이 많아 소통부재의 위험이 보이기도 하나, 당선작 ‘맆 피쉬’에서는 지하도의 걸인이라고 하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묘사력과 참신한 비유로 대상을 섬세하게 구현해내었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갈고 닦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 자신을 이 세계로 실어보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신춘문예의 당선을 계기로 세계 속으로 자아를 밀고 나갈 수 있는 힘도 함께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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