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쇼크

2012.02.01 22:18 입력 2012.02.01 23:20 수정
전우용 | 역사학자

▲ 회색 쇼크 | 테드 C.피시먼·반비

“요즘은 퇴직 자금 상담하기가 너무 힘들어. 사람들이 목돈을 쥐고서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앞으로 살날이 너무 많이 남은 게 오히려 불안한 거야.” 10여년 전, 은행에 다니는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 얼마 뒤부터 고령화 사회라는 말이 흔해지더니 이제는 여기저기에서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대비’라는 말을 쓰기에는,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한 세대 사이에 이런 변화의 조짐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임종과 장례식 장소가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했으며, 회갑 기념 가족사진 속의 인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다가 회갑연 자체가 사라졌다. 병원 환자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반 이상은 노인이다. 오늘날 눈부신 기동력을 자랑하며 정치적 이슈의 현장에 거의 빠짐없이 출동하는 ‘활동가 단체’는 바로 70~80대 노인들로 구성된 ‘어버이연합’이다.

[책읽는 경향]회색 쇼크

인류가 출현한 이래 무병장수는 인간의 보편적 꿈이었다. 현대는 이 오랜 꿈의 실현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시대다. 생명 연장과 노화 억제를 위한 과학, 기술, 지식, 시설, 도구 등이 모두 엄청나게 늘었다. 그 덕에 요즘 사람들은 자기 할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염원이 거의 달성된 듯 보이는 이 시대는, 역설적으로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생명’이 안전해지면서 ‘출산’에 대한 욕망은 감퇴했다. 현대 이후는 노인이 흔하고 젊은이가 귀한 시대다. 흔하면 천해지는 것이 불변의 진실이다. 그동안 노인들은 권력, 재산, 지식 등의 ‘자원’을 사실상 독점했으나 이제 그 자원들을 둘러싼 세대 간 투쟁의 장이 열릴 것이다. 현재의 눈으로 볼 때 그런 미래는 불안하고 암담하다. 이 불안을 극복하려면 미래의 눈으로 미래를 봐야 한다. ‘미래의 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읽는 경향]회색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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