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로 살아가는 ‘메타버스 세상’의 도래…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

2021.04.17 06:00 입력 2021.04.17 07:05 수정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인터뷰

메타버스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아이돌 블랙핑크는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고, 방탄소년단(BTS)은 게임 세상에서 콘서트를 펼쳤다. 순천향대학교는 올해 신입생 환영회를 가상현실 공간에서 진행했다. 제페토·포트나이트·SK텔레콤 제공

메타버스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아이돌 블랙핑크는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고, 방탄소년단(BTS)은 게임 세상에서 콘서트를 펼쳤다. 순천향대학교는 올해 신입생 환영회를 가상현실 공간에서 진행했다. 제페토·포트나이트·SK텔레콤 제공

아이돌그룹 블랙핑크는 증강현실 앱 ‘제페토’에서 사인회를 열고, 방탄소년단(BTS)은 액션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공연을 한다. 10대들은 이미 ‘메타버스’ 공간에서 관계를 맺고 게임을 즐기는데, 게임에 대한 부모 세대의 인식은 ‘오락실’에 머물러 있다. 도대체 메타버스가 무엇이며, 점점 벌어지는 디지털 세대 격차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책 <메타버스> <게임 인류>를 집필한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48)를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요즘 애들’을 알려면 제페토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제페토 가입자 2억명 중 80%가 10대다. 처음 가입하면 사진을 토대로 아바타를 만들어준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나’로 인식하고, 원하는 얼굴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싸이월드처럼 가상세계에서 옷을 갈아입고 방을 꾸민다. ‘젬’이란 가상통화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팔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이 가상통화에서 30% 수수료를 떼면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옷을 팔아 한 달에 1500만원 매출을 올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능도 있다. 가상현실에서 친구와 어울려 놀고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까지 한다.”

- 메타버스가 정확히 뭔가.

“쉽게 설명하자면 아바타로 살아가는 세상이다. 아바타는 ‘부캐’(부캐릭터)로 이해하면 된다. 카카오톡 프로필도 넓게 보면 아바타의 범주에 들어간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 중 메타버스 앱을 안 쓰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배달 앱이나 길찾기 앱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포켓몬 고’ 게임이 구현하는 증강현실도 메타버스의 한 수단이다. 개념 자체는 1992년 출판된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나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급부상했다.”

- 세대 격차가 커지는 느낌인데.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현상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별종’으로 여기며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한 건 이런 세대를 만든 건 ‘우리’(기성세대)라는 것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를 만들어냈고, 칭얼대는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줬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감정 실린 소통을 낯설어한다. 전화 공포증이 대표적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왼쪽)와 증강현실 앱 ‘제페토’로 만든 그의 아바타. 김 교수는 “게임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 제공

김상균 강원대 교수(왼쪽)와 증강현실 앱 ‘제페토’로 만든 그의 아바타. 김 교수는 “게임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 제공

SNS나 메타버스가 허용하는 감정표현이 굉장히 제한적이라서 그렇다. ‘좋아요’와 ‘싫어요’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세상에 익숙해져 나타나는 현상인데, ‘요즘 애들은 다르다’면서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게 더 큰 문제다.”

-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이 역시 게임이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게임 문제로 상담을 요청한 학부모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자녀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아시냐’는 거다. ‘안다’고 답하지만, 막상 게임 이름이나 OST를 골라보라고 하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은 경험해보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분야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해보시라 조언한다. 게임이 가진 가장 큰 가치는 소통에 있다. 함께하면 대화의 소재가 생긴다.”

- 게임 하면 여전히 도박과 연결짓는 사람이 많다.

“도박의 목적은 돈이고, 게임의 목적은 즐거움이다. 진행 과정을 보면 도박의 상당 부분은 운에 의지한다. 반면 게임은 지식과 전략, 선택의 역할이 크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건 일부 게임회사가 나빠서 그렇다. 확률(운) 요소를 강하게 집어넣은 거다. 최근 불거진 트럭 시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이용자들의 시위)도 게임사들이 수익성 때문에 도박 요소를 지나치게 추가하고 확률을 숨기면서 벌어진 결과다. 게이머들은 규칙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다. 게임의 기본이 규칙이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이 이 부분을 간과했다.”

- 게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게임을 악마화하는 사회 분위기엔 게임업계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게임사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용자들이 ‘질 나쁜 게임’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필수다. 게임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게임을 경험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게임은 현대에 고도화된 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매체다. 메타버스·인공지능 산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게 게임업체다. 게임은 변화의 곡선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수단이 됐다. 게임 개발자, 플레이어가 아니라도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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