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기른 김구, 활쏘는 조선 여성들···대만 수집가가 모은 희귀 사진들

2024.06.16 11:48 입력 2024.06.16 20:18 수정

1949년 9월 촬영된 백범 김구. 서해문집 제공

1949년 9월 촬영된 백범 김구. 서해문집 제공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백범 김구의 이미지는 트레이드마크인 둥근 안경을 쓰고 말끔하게 면도를 한 모습이다. 출판사 서해문집이 펴낸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 사진>에는 이례적으로 콧수염을 기른 김구의 사진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진 속 김구는 짧게 정돈한 머리에 예의 둥근 안경을 썼다. 표정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삐죽삐죽 거칠게 자라난 흰 수염은 그가 노령(당시 69세)에 이르렀음을 짐작하게 한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촬영된 사진이다.

책에서는 김구가 1940년 9월 광복군 창설식과 1940년 10월 조선의용대 창설 2주년 기념식 등에 참석한 김구, 조소앙, 신익희, 김원봉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측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사진들은 중국 국민당에서 보관해 온 것들로, 대부분이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 사진>은 구한말부터 해방 전후까지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담은 사진 390여장을 ‘한양 그리고 도시’, ‘전통과 사람들’, ‘망국과 광복’ 등 3권으로 나눠 실었다.

1904년 일본군이 세 의사를 총살하기 직전 사격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해문집 제공

1904년 일본군이 세 의사를 총살하기 직전 사격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해문집 제공

1904년 세 명의 항일 의사 김성산, 이춘근, 안순서가 일본 헌병에 체포돼 처형되는 과정을 일본군 사진병이 찍은 사진은 일제 침탈기 이 땅의 의인들이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본군에 의해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의사들과 처형을 준비하는 군인들, 총살 집행 후의 의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1932년 조선 주둔 일본군 승전 경축식. 서해문집 제공

1932년 조선 주둔 일본군 승전 경축식. 서해문집 제공

일제 무력 통치의 수단이었던 조선 주둔 일본군과 일본 경찰, 이들의 일본인 가족들의 사진도 다양하게 실렸다. 조선 총독부가 1932년 중국 만주에서 군사작전을 마치고 귀환한 일본 군대를 위해 마련한 승전 경축 행사는 밤을 배경으로 번쩍이는 조명 장식이 인상적이다.

여성들이 활쏘기를 시합을 하고 있다. 서해문집 제공

여성들이 활쏘기를 시합을 하고 있다. 서해문집 제공

활쏘기 시합을 하는 여성들, 압록강에 벌목을 하는 인부들, 마당에 상을 펴놓고 식사를 하는 가족 등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서양식으로 축조된 각국 공사관들과 초가집이 뒤섞인 당시 서울의 풍경도 흥미롭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대만의 기자 출신 수집가 쉬충마오가 수집한 것들이다. 애초 흑백 사진들이나 컬러로 복원돼 사실적인 느낌을 더했다. 사진 대부분은 서양과 일본 사진작가들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를 제외하면 작자 미상이다.

출판사 측은 “(이 사진들은) 역사적 도시의 외형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근대사의 여정에서 겪은 기쁨과 슬픔을 보여준다”면서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한 소명에서 비롯한 작업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 사진>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기간(6월26일~30일)에 맞춰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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