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성’을 보는 평등한 시선

2013.01.15 20:44 입력 2013.01.16 10:05 수정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38세 남자 마크 오브라이언(존 훅스)은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온몸의 근육을 쓸 수 없었다. 30여년간 침대에만 누워 생활해왔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그는 얼굴이 가려워도 마음으로 긁을 수밖에 없다.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사진)은 중증 장애인 마크가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마크는 육체적 장애는 있지만 마음의 장애는 없다. 항상 유쾌하게 사람들을 대한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얼굴 근육을 이용해 명문대를 졸업했고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시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육체적 사랑은 나눠본 적이 없다. 모든 생활은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악스러운 중년 여성 도우미 앞에서 발가벗고 누워 목욕하면서 수치심을 느끼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가끔은 성적 배설도 한다. 그러나 들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신 도우미를 해고해 희미하게 힘을 과시할 뿐이다.

[리뷰]‘장애인의 성’을 보는 평등한 시선

그러던 마크는 새로 고용한 미녀 도우미에게 사랑을 느낀다. 도우미도 마크를 마음에 두지만 그의 청혼은 거절한다. 좌절한 마크는 성당 신부(윌리엄 H 머시)를 찾아가 “섹스하고 싶다”고 고해성사한다. 혼전 성관계를 반대하는 신부도 “그분께서도 당신에겐 허락할 것 같다”며 면죄부를 준다. 마크는 신부의 허락으로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 코언 그린(헬렌 헌트)과 만나 6단계로 이뤄진 수업을 시작한다.

영화 속 사랑은 육체적이면서도 정신적이다. 섹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신적 사랑을 말한다.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은 마크의 몸을 만지지만 동시에 자신감을 상실한 마음도 쓰다듬는다. 시 구절로 마음만 전하던 마크의 사랑은 육체적 사랑이 더해질 때 장애가 사라진다. 장애인의 성은 이해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설명해 주는 점이 영화의 성취다. 장애인의 섹스 테라피는 생경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실화라는 배경은 영화를 힘있게 지탱한다. 폴란드 출신의 벤 르윈 감독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다. 주인공 마크 오브라이언은 실존 인물이다. 6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중증 장애를 앓았지만 미 UCLA(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LA캠퍼스)를 우등으로 졸업해 시인으로 활동했다. 1999년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서 편안하게 삶을 마감했다.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17일 개봉. 상영시간 95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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