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시상대에서 가장 먼저 찾은 '송강호'

2019.05.26 21:05 입력 2019.05.26 22:04 수정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폐막 포토콜에서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은 채 상패를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폐막 포토콜에서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은 채 상패를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

25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배우 송강호씨다.

<살인의 추억> 이후 17년간 영화사에 기념비적 작품들을 만들며 성장해온 명콤비의 역사가 영광의 정점에 선 순간이었다.

잘 묘파된 한국적 일상 위에 사회 비판의 날을 세워온 봉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송씨는 매번 ‘가장 한국인다운 얼굴’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왔다. 지극히 사적인 동기 때문에, 예컨대 살인범을 잡으려다(<살인의 추억>(2003)) 혹은 딸을 구하려다(<괴물>(2006), <설국열차>(2013)) 엉겁결에 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는 소시민 송강호 특유의 표정은 ‘봉준호 영화’의 ‘간판’이라 칭할 만하다. 지난 4월 봉 감독이 “송강호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더 과감하고 어려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그의 작품 세계에서 송씨가 지니는 중추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봉 감독은 7편의 장편 영화 중 무려 4편이나 송씨와 함께했다. 두 사람의 연이 시작된 <살인의 추억>의 캐스팅 비화는 유명하다. 당시 송씨는 이미 ‘스타 배우’였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봉 감독의 출연 제안을 단번에 수락했다. 단역 배우 시절 영화 <모텔 선인장>(1997)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조감독이었던 봉 감독으로부터 ‘이번에는 캐스팅을 못했지만 언젠가 만나 영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는 정성 어린 녹음 메시지를 받았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진심’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인연이 ‘실력’에 대한 신뢰로 굳어진 셈이다.

서로를 “(송강호는)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메시” “뭘 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이가 봉 감독”이라 평하는 두 사람. 이 콤비의 영화에 유독 호평이 쏟아졌던 것은 두 사람이 구축한 ‘신뢰의 안전망’ 위에서 마음껏 까불고 도전한 결과가 아닐까.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