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1년이 늙는 해변에서 생긴 일...영화 '올드'

2021.08.18 16:00

어린 딸, 아들을 동반한 4인 가족이 열대의 아름다운 리조트로 휴가를 온다. 취향에 맞춘 웰컴 드링크, 만면에 미소를 띤 친절한 직원들, 취향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액티비티…. 하지만 부부는 이 여행이 이별을 앞둔 마지막 가족행사라는 사실을 애써 숨긴다. 부부 사이 갈등의 골은 꽤 깊어진 것 같다.

이튿날, 리조트 지배인은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는 사유지 해변이 있다며 하루 보내고 올 것을 추천한다. 직원이 운전하는 밴에는 두 가족이 탑승한다. 도착해보니 과연 기괴한 광석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해변이다. 뒤늦게 합류한 또 다른 부부, 아침부터 멍하니 해변을 응시하던 유명 가수를 포함한 이들은 즐겁고 여유로운 오전 시간을 보낸다. 다만 암석 동굴 부근에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굴되고, 줄곧 허기를 호소하던 아이들의 몸이 금세 성장한 듯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전까지의 일이다.

영화 <올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올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올드>의 한 장면. 위 사진의 어린이가 금세 아래 사진의 어른으로 성장했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올드>의 한 장면. 위 사진의 어린이가 금세 아래 사진의 어른으로 성장했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M 나이트 샤말란은 20대에 연출한 <식스 센스>(1999)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커리어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보편적인 호평을 받은 작품이 <식스 센스>였고, 이후 작품은 대개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다. 많은 경우, 설정은 호기심을 끌지만 전개와 마무리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종잡을 수 없는 전개와 결말을 즐기는 관객이 샤말란의 충직한 팬으로 남았다.

<올드> 역시 비슷하다. ‘30분에 1년만큼 노화하는 해변’이라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아침에 도착한 어린이는 점심 때쯤이면 청소년이 되고, 어른은 저녁 때쯤이면 늙어 죽는다. 칼에 살짝 벤 상처 정도는 금세 아물지만, 탁구공만 한 종양은 몇 십분 만에 멜론만큼 커진다. 임신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명확하다. 이상현상을 눈치챈 이들은 이곳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고 왔던 길로 나갈 수도 없다. 이들은 꼼짝없이 해변에 갇혀 병의 급속한 진행 혹은 신체의 자연스러운 노화를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

원작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각본까지 쓴 샤말란은 소수 인원이 한정된 공간에서 세월의 급속한 흐름을 체험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의사, 박물관 큐레이터, 심리치료사 등 인물들의 직업도 상황에 맞게 필요하도록 배분돼 있다. 샤말란이 주인공들을 해변으로 데려다준 밴 운전사 역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감독이 등장인물로 사고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샤말란은 육체가 노화하면 정신까지 그렇게 된다고 가정한다. 육체가 성장한 아이들은 반나절 만에 마음까지 어른이 된다. 이혼을 결정했을 정도로 다퉜던 부부는 저녁나절이 되자 “왜 싸웠는지 잊었다”며 미소짓는다. 인물들이 경험하는 것은 육체의 노화이지 세월의 체험은 아닐 텐데, 샤말란은 이 둘을 뭉뚱그려 다룬다. 예상치 못한 결말을 내지만, 이는 직전까지 공들였던 ‘나이듦이 주는 지혜’라는 메시지와 충돌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지병이 급속하게 진행돼 육체가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은 잠시나마 호러 장르의 흔적을 보여준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비키 크리프스 등이 출연했다. 18일 개봉했다.

영화 <올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올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올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올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