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평창대관령음악제…‘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새 옷 잘 맞네

2018.08.01 20:52 입력 2018.08.02 11:00 수정
문학수 선임기자

32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예술감독 맡아 해외활동 연주자들 조율

세대와 콘텐츠 교체 통한 참신함 빛나…“역대 최고의 음악제” 찬사

지난달 2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와 함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지난달 2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와 함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역대 최고의 음악제”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32세의 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이 이 음악제를 통해 예술감독으로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초반에는 그의 ‘물리적 나이’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지만, 손열음은 이번 음악제에서 진행된 모든 프로그램을 통해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털어냈다.

지난달 23일 막을 올려 오는 4일 폐막연주회를 앞두고 있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올해 거둔 성과의 중심에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유수의 음악제에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축제의 간판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평창대관령음악제를 표상하는 ‘간판 오케스트라’를 갖게 됐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특히 현재 유럽의 주요 악단에서 악장 및 수석급으로 활약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을 대거 집결시켜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예술감독의 역량이 빛난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첫선을 보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내내 감동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손 감독이 굉장한 일을 해냈다. 이전에도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일시적인 프로젝트 악단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질적으로 다르다. 유럽 곳곳의 오케스트라에 흩어져 있는 우리 연주자들이 한데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연주력도 탁월했다. 악장이나 수석급뿐 아니라 바이올린 파트의 후미에 앉아 있는 연주자까지도 눈부신 집중력과 에너지를 보여줬다. 아마 이 정도의 성과를 내리라고는 손 감독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젊어진 평창대관령음악제…‘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새 옷 잘 맞네

음악제에 다녀온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맡았다. 첼로 수석은 독일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김두민, 플루트 수석은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조성현, 오보에 수석은 네덜란드 로열 콘체르트헤보우의 함경, 클라리넷 수석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조인혁, 파곳 수석은 일본 도쿄 필하모닉의 최영진, 호른 수석은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김홍박이 맡았다. 그 외에도 설민경·이직무(바이올린), 배지혜(첼로), 이영기·장형진(플루트), 김지영·홍기훈(오보에), 조성호(클라리넷), 조지명(파곳) 등 해외의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인 한국 출신 연주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만하면 그 자체로 장관이다. 음악전문지 ‘클럽 발코니’의 이지영 편집장은 “이제 우리에게도 세계적으로 내놓을 만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드디어 생겼다”고 했고, 노승림 칼럼니스트는 “앞으로 계속 이어져야 할 한국의 음악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호평이 나온다. 일단 두드러지는 것은 ‘세대교체’와 이에 따른 참신함이다. 이지영 편집장은 “정명화·경화 선생이 예술감독을 맡았던 시기에 견주자면 ‘세대교체’와 ‘콘텐츠 교체’가 분명히 드러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름지기 축제는 기존의 통념을 벗어난, 신선함의 광장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손 감독의 기획은 유효적절했다. 지난달 27일의 연주회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을 피아노 5중주로 편곡해 연주했다. 축제를 축제답게 하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다섯 명의 연주자들이 기가 막힌 합일을 보여준 명품 연주회였다.”

노승림 칼럼니스트도 지난달 28일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연주회를 “틀에 박힌 연주회를 벗어난, 흥미진진한 시도”로 손꼽았다. ‘네 멋대로 해라’라는 타이틀의 이 연주회는 관객들이 특정한 음이나 선율을 제시하고 피아니스트가 이를 활용해 펼쳐가는 즉흥무대였다. 노승림 칼럼니스트는 “이렇듯이 젊은 연주자들의 잠재력이 아낌없이 드러났다는 점도 이번 음악제의 묘미였다”면서 “감독 자신의 취향보다는 연주자들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면서 ‘다양성의 축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막바지에 들어섰다. 2일에는 ‘그랑 파르티타’라는 타이틀로 규모가 큰 실내악 무대가 펼쳐진다. 19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선다. 3일에도 두 편의 실내악 무대가 청중을 기다린다. 4일 낮에는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회가 열리고, 오후 7시에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연주하면서 음악제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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