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② ‘독설가’ 이미지 신해철은, 결국 미디어의 작품…‘쾌변독설’ 가만히 살펴보니

2014.10.28 11:48 입력 2014.10.28 14:45 수정
디지털뉴스팀

신해철은 ‘독설가’의 대명사다. 그러나 신해철의 2008년 4월호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선 과연 독설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관련 기사를 음미하다보면, 그의 독설은 누구를 까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행복에 한발짝 다가가려는 노력의 산물로 여겨진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진탕에서 부르는 행복의 노래 신해철

욕 참 많이 먹었다. 입만 열면 뉴스가 됐다. ‘독설가(毒舌家)’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안다. ‘동동이 아빠’ 신해철의 이미지는 미디어의 작품이다. 「쾌변독설」도 그렇다. 읽어보면 의아해진다. 그게 뭐가 독설이라고.

■ 쾌변은 있는데 독설은 없는

언론은 자극적이어야 살아남는다. ‘인터넷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신해철(40)은 언론의 맛스러운 먹잇감이다. “트렁크에 여고생 교복을 싣고 다닌다” “동방신기 ‘O정반합’ 민망하더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 다 신해철이 한 말이다. 그건 사실이다. 언제나 그랬듯, 언론은 사실을 보도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맥락은 무시했다. 허리를 잘라먹었다.

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② ‘독설가’ 이미지 신해철은, 결국 미디어의 작품…‘쾌변독설’ 가만히 살펴보니


“누구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뷰이를 비인격적으로 쥐어 짜먹으려는 생각을 할 때. 내가 한 말 중에서 최고로 자극적인 말을 부풀려서 미디어의 이익에만 부합하게 쓸 때. 그때는 서글퍼요.”

인터뷰는 웃으면서 해도, 기사는 ‘다시 안 볼 사람처럼’ 쓴다. 기자와 나란히 녹음기를 틀어놓고 인터뷰에 응한 적도 있다. “내가 한 말을 곡해하거나 비틀거나 가지고 놀지 마라” 그런 뜻이었다.

“제 미니 홈피에 공개된 정도의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애기 사진도 있고(웃음). ‘나의 음악만 관심을 가져라, 파들어 오지 마라’고 할 수도 있지만, 15년씩 된 오래된 팬들은 궁금해 하거든요. ‘얘가 결혼했다는데 잘 살고 있는지, 행복은 한 건지’ 저는 지속적으로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죠. 내가 편집해서 원하는 만큼만 올릴 수 있으니까.”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인터뷰집이다. 일곱 번의 인터뷰를 모았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와의 대화다. 같이 만든 책이다. 대화 중에는, 언론을 통해 ‘잘린 채’ 접했던 신해철의 생각이 통째로 담겼다. 물론, 아내와 아기 이야기도 있다. “동방신기 ‘O정반합’ 민망하더라”의 진위도 책 속에 있다.

“이전에 장시간 인터뷰를 몇 번 했어요. 지승호씨는 신뢰로 열려 있는 인터뷰어죠. 저 양반이 사생활을 물어보는 이유는, 어떤 필요에 의해서다. 그런 믿음이 있으니까 편하게 이야기 했고. ‘저 인터뷰어가 나에게 와서 쥐어짜가려고 한다’ 이런 경우는 긴장이 되니까 싫은 것이고. 대화잖아요, 인터뷰는.”

‘독설’은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한 말’이다. 독이 스민 혀다. 신해철은 독설가라는 말이 싫다. 예의에 어긋난 적이 없다. ‘100분 토론’에서 ‘대마초 비범죄화’ ‘간통죄 폐지’ ‘체벌 금지’에 대해 말할 때도, 100분 동안 진행자의 발언권 없이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른 토론자의 말허리를 잘라먹은 적도 없다.

“‘독설’이라는 말이 남아 있기를 바랐던 거죠. 아무래도 자극적인 제목이 필요하니까. 제목 안 나와서 출간 직전까지 난리가 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아, 그래 독설이라고 해라 해. 대신 사람들이 책 내용 보고 뭐 이렇게 약해? 하면 난 몰라’ 그랬어요(웃음).”

말하자면, 쾌변은 있으나 독설은 없다. 속 시원하게 말했지만 남에게 상처 줄 만큼 악독한 말은 없다는 뜻이다. 공저자인 지승호씨의 배려일까? 찬찬히 뜯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는 내내 같은 말을 한다.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기왕이면 남들과 같이 행복하고 싶다’ 이게, 독설인가?

■결혼도 했고, 자식도 낳았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싸움은, 먼저 때리는 사람이 유리하다. 자극적일수록 좋다. 누가 먼저 더 깊은 상처를 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신해철이 효율적인 독설가라면, 그의 독한 발언은 승리했어야 옳다. 그러나 항상 얻어맞았다. 대중의 반응은 때로 적대적이었다. ‘대마초 비범죄화’를 말할 때는 ‘신해철, 대마초나 피워라’는 리플이 달렸다. ‘간통죄 폐지’ 토론에 나갔더니 ‘신해철, 대마초 피우고 간통해라’. ‘체벌 금지’를 말했더니 ‘신해철, 자식이 대마초 피우고 간통해도 때리지 마라’는 리플이 달렸다. 자, 누구의 말이 독설일까.

“대화의 이유는 듣고 배우고자 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걸 승부로 여긴다고요. 남의 말이나 생각에 설득당하는 순간을 변화나 지식 습득으로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로 받아들이죠. 애를 ‘조져가지고’ 기르니까 선입견도 아주 강한 사람을 길러내고. 배치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는 거죠.”

말 나온 김에, 신해철의 교육 철학을 보자. “애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안 보내면 그만이고요. 일단 수학, 물리, 화학, 경제 이쪽 계통은 우리 마누라가 완벽하게 가르칠 수 있고요. 역사, 문학, 음악, 예술 이건 내가 가르칠 자신이 있고요. 우리 집사람과 제가 합치면 일본어랑 영어도 가르칠 수 있으니까 우리 집은 애 학교 안 보내려면 안 보낸다는 결론이 났어요.”(「쾌변독설」 244쪽)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얘기다. “어쭈, 잘났다. 그럼 공교육은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건데”라고 물을 수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가르침은 다릅니다. 안 된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 정도 깡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웃음). 애기가 눈, 코, 입 기능이 정상이고 손가락 발가락이 정상으로 태어나서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태어났다면, 그것만으로 감사.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죠. 이쁘기를 바라고, 게다가 공부까지 잘하기를 바라면 천벌 받는다고 봐요. 무사히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데 뭘 더 바라요. 저는 매일 아침 기적을 봐요. 그런데 내가 얘를 보고 서울대를 가라고 하겠어요, 무슨 말을 하겠어요. 딸내미가 매일 새로운 단어를 말할 때마다, 입에서 꽃 봉우리가 피는 것 같아요. 매일 다른 기적을 봐요. 단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자식이 명문대 학생이 되기를 바랄 시간에, 애가 아빠를 찾을 때 어떻게 옆에 있어줄까를 고민한다.

“청소년이 되면 분명히 아빠가 필요할 텐데, 행여 ‘아빠는 지금 바빠서…’ 이 지랄 하면 안 될 텐데, 그런 걱정만 해요. 남들한테 뒤떨어지면 어때요? 공부 못하고 재주 없어 보이고. 그럼 어떠냐는 거죠.”

결혼 전에 이런 얘기를 하면 “‘네가 결혼하고 자식 낳아 길러봐”란 소리를 들었다. 자, 이제 결혼도 했고 자식도 낳았다.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얘기는 그런 의미다. 배수의 진을 쳤다.

■아내의 연예 활동은 민폐가 되기 전까지만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씨는 지난 1996년 미스 뉴욕 진 출신이다. 지난 2007년 12월에는 임신 2개월의 몸으로 패션쇼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06년에는 영화 ‘야수’에 재즈가수로 출연했다. “신해철 마누라인 거 들키기 전까지만 하자” 그게 약속이었다.

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② ‘독설가’ 이미지 신해철은, 결국 미디어의 작품…‘쾌변독설’ 가만히 살펴보니


“’단역으로 나갔을 때, 왜 영화 촬영 현장은 거칠잖아요. 이름도 잘 안 부르고 ‘어이, 거기 여자, 준비해’ 그러니까. 자기(윤원희씨)는 재미로 했는데 현장 방문한 스태프한테 ‘뽀록’이 난 거죠. 신해철 부인이라고 알려진 다음날 밥 먹는 배치 순서가 바뀌었대요. 감독 바로 옆으로. 심지어 주연배우들이 숟가락도 놔주고. ‘폐 끼치지 말랬지’ 그랬더니 와이프가 고개를 떨구고, ‘‘말이 샜으니 다신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본인도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무안해 죽겠다’면서(웃음). ‘어이, 여자 준비해’ 그러다가 이젠 ‘형수님, 슛 갑니다’ 그러더래요. 영화 스태프와 제가 구체적으로 안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장자 내지는 선배의 부인이니까. 한국 사람 특유의 정서겠죠 뭐.”

‘마왕이 아내의 연예 활동을 제한한다’가 아니다. ‘민폐 끼치기 싫다’는 거다.

“다음날 갔더니, 주연배우 옆으로 분장차가 배치되어 있더라던데(웃음)? 그 말 듣고 나니 어찌나 무안하고 미안하든지. (신해철 부인이라는 걸) 알면 썼겠느냐고요. 아내 성격이 워낙 호기심이 많고, 영화 단역이나 모델, 그런 걸 재미있어 해요. 하지만, 그걸 되게 하고 싶어 했으면 미스코리아 했을 때 그 길로 갔겠지. 골드만삭스 가서 열일곱 시간씩 코피 터져 가며 증권회사를 왜 다녔겠어요.”

신해철과 아내 윤원희씨가 지향하는 세계관은 다르지 않다. ‘행복하게 살자, 단, 폐는 끼치지 말자’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다. ‘무난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세계관은 같지만, 방법은 좀 달라요. 일치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가 특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저는 동네 공립학교에 넣어 방치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마누라는 ‘오빠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 지금 상태라면 신해철 딸내미라는 소문 다 퍼지고, 애는 별종이 된다. 무리를 해서라도, ‘’신해철 딸‘’도 별게 아닌 그런 곳에 보내자’고 하죠. 팽팽한 주장이죠(웃음). ‘우리 애는 특별해요’ 그딴 식으로 살지 말자는 거죠. 애가 우리에게는 특별하지만, 세상에서는 그렇지 않으니까.”

■내공을 실어, ‘행복하세요’

아직도 ‘가수가 노래나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으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 전문가도 아닌 게 설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틀에 박힌 세계관이라고 타박할 일만은 아니다. 미워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명문대 출신 연예인’이 화제가 되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까. 광대는 본디 천한 신분인데, 좋아하면서도 괄시할 수 있어야 속이 편한데 말이다.

“옛날 궁정 광대, 저잣거리 판소리, 서양사 최후반에 있는 존 레논의 위치부터. 예능인, 예술인, 광대. 뭘로 부르건 간에 ‘민중의 스피커’거든요. 전문가가 더 식견이 있을지는 몰라도 고립돼 있고, 어떻게 풀어서 얘기해야 하는가는 무지하죠. 예능인들은 ‘그것을 어떻게 풀어서 전달해야 하는가’의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막스와 레닌이 뭐라고 했든지 간에, 존 레논이 ‘이매진(Imagine)’ 한 곡으로 한 것을 그들이 할 수는 없거든요.”

한국은 뭐가 됐든 일단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보는 나라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은 사라졌지만 ‘신분제’는 살아 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좋은 대학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니, 커서도 다를 건 없다. 취직도 일렬종대다. 나이도 중요한 기준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나이를 묻지 않으면 호칭과 존칭부터가 어색해진다. 형’?동생, 선후배 사이가 전열이 돼야 인간관계가 시작된다.

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② ‘독설가’ 이미지 신해철은, 결국 미디어의 작품…‘쾌변독설’ 가만히 살펴보니


“어미 아비 없는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존대, 반말 싹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성명 하고 나면 나이 묻죠. 두 번째 문장에서 서열이 정해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입사 연도가 빠르면 일 쪽으로만 경험이 많을 뿐인데, 아랫사람이면 무조건 가르치려고 들고 이게 골 때리는 거죠. 제가 군대를 스물일곱에 갔어요. 늦게 간 편이죠. 스물에 데뷔해서 7~8년 연예계 바닥 사회생활을 하고 갔는데. 대학교 1학년 다니다가 군대 온 일병이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인생이 다 그래, 사회생활이 인마, 다 그렇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래요. 사회생활은 해본 적도 없고, 자기 손으로 돈 벌어본 경험이 없어도 군대에서는 고참이거든요. 난 뭐라 그래. ‘네! 이병 신.해.철. 알겠습니다!’ 그랬지(웃음).”

신해철은 단순한 원칙론자다.「쾌변독설」이라는 제목에도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마초든 간통이든, 체벌이든 영어 몰입교육이든, 원칙에 벗어난다고 생각했을 때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다. 원칙의 핵심은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으면 모든 목적은 행복이 되어야지, 그것을 국가 부흥을 위해 양보해라. 그런 얘기 웃기다는 거죠. 한 사람의 인생의 총량은 대우주보다 광대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개인을 마치 국가를 이루는 좁쌀로 보고, 그 일부를 희생해서라도 앞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찔합니다.”

신해철은 종종 서태지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태지는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신해철은 진탕에 구른다. 질펀하게 욕을 할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 평생 들을 욕을 수천 개의 리플로 한꺼번에 듣기도 한다. 이런 거다. 서태지는 “내 사투리로 내가 늘어놓고” 잠시 사라졌다가 ‘짠’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신해철은 “난 행복하고 싶다. 우리 같이 좀 행복해보자. 그게 더 행복하지 않겠느냐. 이러면 어떠냐”고 지치지도 않고 말하고 노래한다. 3월 31일 봄 개편을 단행한 SBS 파워FM은, 신해철에게 다시 마이크를 쥐어줬다.

“재밌게 사세요, 행복하세요. 그 ‘행복하세요’가 너무 많이 쓰이는 말이라서 그렇지 그거 굉장히 중요한 멘트거든요. 내공을 싫어서 얘기하면 그보다 더 간절한 얘기가 없어요.”

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게 독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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