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④ 신해철 “드라마와 영화, 모두 하려니 거참 힘드네”

2014.10.28 14:33 입력 2014.10.28 14:42 수정
디지털뉴스팀

신해철은 10년 전인 2005년 노래 보다 연기에 욕심을 냈다.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단편이지만 영화에도 출연하며 엔터테이너로의 변신을 모색했다. 2005년 8월호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신해철은 “드라마에 영화까지, 그것도 동시에 출연하려니 참으로 힘이 듭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래는 당시 인터뷰 전문이다.

‘마왕’ 신해철은 요즘 노래보다 연기자로 더 유명하다. 장안의 화제를 모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흥행 여세를 몰아 단편이지만 영화에도 출연하며 뒤늦게 연기 혼(?)을 불태우는 중. 한 번뿐인 인생 고루하게 살기 싫어 연기를 시작했다는 ‘아나키스트’ 신해철과의 퍼니 토크.

■ 인생 덜 지루하게 살려고 연기 도전

남궁연이 메가폰을 잡고, 신해철, 김민선, 계성용이 각각 ‘남’ ‘궁’ ‘연’으로 분한 단편영화 ‘거짓말 폭탄’의 촬영장. 등장부터가 요란하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촬영 지연으로 2시간여 늦게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해철(37)은 “역시 겹치기 출연은 몸이 고되다”며 너스레를 떤다. 올빽으로 바짝 붙인 머리에 커다란 선글라스, 검은색 양복 차림의 ‘기름진’ 모습. 배우(?) 신해철은 “우리 연기자들은 말입니다~”라는 말을 말머리에 붙여가며 연신 ‘오버’를 날려댔다. “노래에 대해 묻지 마라. 오늘은 연기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며 으름장을 놓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배우(?) 신해철과의 진지한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④ 신해철 “드라마와 영화, 모두 하려니 거참 힘드네”


“가수가 연기를 하려니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의 다른 점을 극복하면서 연기 적응을 해나가려니 참으로 힘이 듭니다. 푸하하하핫.”

“드라마와 영화가 어떻게 다른데요?”

“다른 점은 뭐랄까… 감정을 이입하는 방법이 다르달까요. 참 나 이런… 우리 연기자들은 다 아는 얘긴데 비연기자분들에게 설명을 하려니 답답하네요… 푸핫. 젠장~ 이렇게 잔뜩 벌려놓고 수습은 다 어찌한담….”

“이제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는 건가요?

“글쎄요. 아직은 멀었구요, 요즘 주위에서 판을 한번 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셔서 김민종 선배나 임창정 선배에게 자문을 좀 구해보고 있어요. 노래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중이죠.”

적잖이 얘기를 나눈 듯한데 취재 노트는 여전히 백지 상태. 웃다가 볼짱 다 본 인터뷰였다. 시종일관 순도 100% 농담 일색. 그가 발을 들여놓기 전만 해도 예의 심각하고 진지하던 촬영장은 그의 등장과 더불어 180도 다른 분위기가 된다. 그야말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해철의 너스레에 동화되어 한참을 웃다 보면 아무리 고되고 힘든 촬영도 즐겁기만 할 듯 보였다.

OCN이 제작하고 신해철의 본격 영화 데뷔작으로 관심을 모으는 TV 단편영화 ‘거짓말 폭탄’은 제목 그대로 거짓말을 하면 터지는 폭탄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극중에서 신해철은 겉으로는 버젓한 국회의원이지만 실제로는 사채업과 폭력을 일삼는 코믹한 악당 ‘남사장’ 역을 맡았다.

“프로필에 출연작 다수라고 꼭 적어주세요. 영화 ‘정글 스토리’에 공연 장면 2분 출연, 영화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 미장원신 30초 출연…(웃음) 하지만 두 편 모두 카메오 출연이었으니 정식 영화 데뷔작은 ‘거짓말 폭탄’이 되겠네요. 옷만 바꿔 입었을 뿐 캐릭터는 앙드레 대교주와 비슷해요. 두 캐릭터 모두 허풍과 과장, 오버 연기로 요약될 수 있죠. 성격 비슷한 배역만 자꾸 맡다 보니 혹여 연기 세계가 고정될까 걱정이에요. 푸핫!“

■ 나는 음악하는 사람, 박수 쳐주는 지금이 떠날 때

신해철의 과거 인터뷰④ 신해철 “드라마와 영화, 모두 하려니 거참 힘드네”


이렇듯 배우로 변신한 신해철은 웃음 전도사가 되어 안방극장과 충무로를 넘나들고 있다.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도 아니고, 신해철과 같은 중견 가수가 다년간 쌓아온 카리스마를 한 방에 무너뜨리며 ‘연기’로 무리수를 두기란 쉽지 않은 일. 망가질 걸 알면서 시작한 일이라니 더욱 놀랍다. 도전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연기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유가 못내 궁금했다.

“펀(fun)이요, 펀! 재미있으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안녕, 프란체스카’ 말인데요, 연장 방송돼 한여름 날 겨울 양복에 망토까지 걸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안 했을 겁니다. 지금은 연기보다는 땀띠와의 투쟁이 아주 힘든 시점이죠. 이미 고생할 만큼 다 했는데 이제 와서 스태프들이 “여름 양복에 여름 망토로 바꿔도 좋다’고 허(許) 하는 거 있죠? 그런데 또 그럴 순 없죠. 신해철 인생, 가오(?)가 생명인데.”

작정하고 망가졌다. 처음 ‘안녕, 프란체스카’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가오만 잡고 빠질 수 있게 해주겠다”는 프로듀서의 정중한 배려에 눈살을 찌푸렸던 신해철이다.

“가오만 잡다 쫑칠 거 뭣 하러 연기합니까? 저는 이미 무대 위에서 충분히 가오를 잡고 있는 사람인데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망가지지 않을 거면 출연 않겠다 했죠. 그런데 입이 방정이지. 세상에나 인정사정없이 망가뜨리기 시작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계약 조항에 한계선을 그을 걸 그랬죠? 하지만 뭐 연기로 망가지는 것에 있어선 그렇게 큰 거부감이 없어요. 내가 뮤지션이기 때문에 극중에서 내 노래를 스스로 희화하는 건 좀 삼가야 한다는 생각은 했어요. 제작진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면서 양해를 해주었구요.

그런데 극중 자동차 폭파 신에서 제 흥에 겨워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망가뜨리는데…. 인간이 그렇게 변하더군요.(웃음)”

“제 흥에 겨워 망가지는 줄도 모르게 스타일을 구긴다”는 신해철의 말은 요즘 그가 ‘안녕, 프란체스카’의 연기에 얼마나 심취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영화 ‘거짓말 폭탄’에서도 신해철의 깜짝 변신은 계속된다. 지금껏 가수 생활을 하며 한 번도 벗지 않았던 32cm짜리 매직 존슨 신발까지도 그는 영화를 위해 과감히 벗어던졌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연달아 ‘망가지는’ 신해철이지만 얻은 것도 있다. 마니아 취향의 팬들이 아닌 드라마 팬들과 훨씬 가까워진 것.

“전에는 거리에서 초등학생들이 절 보면 도망을 치거나, 시선부터 피했어요. 그런데 ‘안녕, 프란체스카’에 출연한 뒤로는 ‘앙드레 아찌, 사인해줘요’라며 먼저 웃으며 말을 걸어오죠.”

특유의 너스레로 좌중을 웃기던 신해철. 그러나 연기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내 표정이 바뀐다.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치면 그것만큼 난감한 상황이 또 없다”며 정색이다.

“재미있자고 시작했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안녕, 프란체스카’에도 시즌 3부터는 출연하지 않을 거예요. 작가, 프로듀서도 바뀌는데다 시즌 3에까지 제가 더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 또 계속해서 지금처럼 일주일에 3일씩 시간을 비우는 건 아무래도 좀 무리거든요. 사람들이 ‘귀엽다, 재미있다’ 박수 쳐줄 때 알아서 기어나가야죠. 저는 제 주제를 잘 압니다. 이제 가수 신해철로 돌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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