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기업, 성장통 겪는 중… 새 ‘기업가 정신’ 필요”

2014.01.01 21:30

신년 인터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59)은 “오늘날 기업가 정신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며 “지금은 오기나, ‘하면 된다’는 정신력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 제안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유달리 구속되거나 불명예 퇴진한 재벌 총수들이 많았던 것과 관련, “성장통이며, 기업들이 자정 노력과 자기변신을 하고 있는 만큼 너그러운 눈으로 봐달라”고 청했다.

박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출입 기자단과 가진 신년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터뷰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터뷰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맨땅에 헤딩하던 시대 끝… 혁신적인 개척정신 요구
창조경제 일방요구 안돼
수출·투자·정부 지출 한계… 올해 내수 활성화 힘써야

- 경제연구단체들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했다. ‘성장엔진’이 식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요소는 수출, 투자, 정부 지출, 내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수출은 과거처럼 낙수효과가 많이 줄었고, 국내 투자는 과잉상태다. 정부 지출도 세수가 부족해 난리다. 그럼 내수밖에 안 남는데,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의 족쇄를 풀어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3%대라고 성장이 멈췄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걱정해야 한다.”

- 기업가 정신을 많이 얘기한다. 바람직한 기업가란.

“옛날에는 기업가들이 ‘맨땅에 헤딩’도 했다. 돌격 정신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오기, ‘하면 된다’는 정신력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바뀐다. 혁신을 수용하고 산업 간 융합을 이끌어내는 것은 이 같은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선진화된 개척정신이 필요한 때다.”

-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하는 일이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 과거의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앞으로는 혁신 주도적 경제로 바꿔야 한다. 창조적 융합이나 정보통신기술 산업, 창조적 콘텐츠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과거처럼 정부가 이렇게 하자고 해서 되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분야에 맞게, 섹터별로 생각(하고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 한국 사회에서 기업인들이 존경받기 위해서는 어떤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나.

“기업들은 지난 50~60년 동안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내적 성숙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 터진) 재벌총수들의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누적된 일들이다. 성장통이 지나면 성숙할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변화 요구에 저항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노심초사하면서 자기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 최근의 철도노조 파업 사태를 어떻게 보나. 일반 기업과 공기업 노사 관계가 다르다고 생각하나.

“공기업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사 모두 공공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나서 적법한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과정이나 어떤 형태의 논의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들이 걱정이 많은데.

“임금 압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대법원이 신의성실 원칙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후속소송이 잇따를 것이고 (논란이) 완전히 정리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다. 법으로 명시해 더 이상의 논란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 일반인들은 ‘재벌 총수들은 돈이 많으니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돈이 많으면 편안한 것은 맞다. 편안의 반대말은 불편, 불안 아니냐. 그러나 행복의 잣대라는 건 별개다. 행복은 이벤트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일 것 같은가. 입시나 취업시험 합격할 때? 아니면 결혼했을 때? 이렇게 따지면 답이 안 나온다. 개인적으로 행복은 특별한 것 없는 일상에서 오는 거라 믿고 있다. 어제 저녁 식구들하고 밥상에 둘러앉았을 때 편안하면 그게 행복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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