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금고 7월부터 열린다

2012.03.01 22:15 입력 2012.03.01 22:51 수정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이던 대검 중앙수사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수십만달러의 돈이 스위스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거기까지였다.

스위스 당국에 수사협조까지 받았으나, 비밀계좌를 찾는 데 실패했다. 2003년 대북송금 및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는 또 한 차례 ‘스위스 은행’이라는 벽에 부닥쳐야 했다.

그해 7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2000년 2월 민주당 총선자금 명목으로 스위스 계좌로 현대상선 자금 3000만달러를 입금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정 회장의 자살로 이 부분은 미제처리됐다.

스위스 은행 비밀금고는 이처럼 열리지 않는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이르면 7월부터 스위스 비밀금고의 자물쇠가 열린다.

국세청은 “2010년 정식 서명을 거쳐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된 한·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국회 비준동의를 완료해 스위스 내 금융정보를 포함한 조세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고 1일 밝혔다. ‘검은돈의 천국’으로 불리는 스위스 은행의 한국인 계좌를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세조약 개정안은 2011년 1월1일 이후 양국의 과세관련 정보를 교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가 있는 예금주의 계좌 정보를 요구하면 스위스 국세청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소문만 무성했던 기업 사주 일가와 부유층, 정치인 등이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겨둔 재산과 비자금 등을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불특정 자금이 스위스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국세청이 10억원 이상 해외 금융계좌에 대해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개인 2명, 법인 5곳이 9개 계좌에 1000억원가량을 예치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 스위스 은행 계좌 보유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 은행은 1934년 은행법을 제정하면서 나치의 감시를 피해 유대인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명분으로 비밀계좌를 허용했다. 1991년부터 비밀계좌를 없애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지금도 예금주 이름은 은행 고위 간부만 알고 있고, 숫자와 문자로 조합한 계좌번호만을 사용해 계좌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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