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잇단 ‘긴축’시사 발언 왜… 세수결손에 ‘예산철 군기잡기’ 나섰나

2015.04.02 22:02 입력 2015.04.02 22:19 수정

재정적자 압박 시달려 “예산안 원점 재검토를” 긴축·확장 오락가락

하반기 경기 추락 땐 내년 총선 물 건너가… 적극적 긴축은 힘들 듯

박근혜 정부의 재정정책이 지출을 줄이는 ‘긴축’으로 바뀌는 것일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재정정책과 관련해 “하반기 상황은 세수 등 상황을 볼 것”이라고 밝히면서 ‘확장적 정책’ 기조가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적자 예산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뉘앙스가 사뭇 달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11조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을 기록하면서 재정적자 압박에 시달려왔다. 실제로 확장정책을 철회한다면 1년 만에 재정방향이 또 수정된다.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긴축→확장→긴축’으로 오락가락하는 셈이다. 재정정책이 수시로 바뀌면 기업과 가계가 안정적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

[뉴스분석]최경환 부총리 잇단 ‘긴축’시사 발언 왜… 세수결손에 ‘예산철 군기잡기’ 나섰나

최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해서도 “원점(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사업은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예산삭감 대상으로 해외자원개발, 재정지원 일자리 등을 거론했다. 이 같은 방향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현오석 경제팀이 긴축 당시 제시했던 예산편성 방향과 같다. 당시 각 부처에 내려보냈던 ‘2014년 예산안 편성 작성지침’을 보면 “도로, 철도, 하천 등 국가사업 투자규모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기업 R&D 예산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돼 있다.

복지사업 재조정도 비슷하다. 최 부총리는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복지사업의 적성수준 자기책임 원칙 확보’와 뉘앙스가 같다. 현장은 이미 긴축재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2일 해양수산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선원 복지와 관련된 예산을 30%가량 자르려 해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첫 경제팀인 현오석 경제팀의 재정정책은 ‘긴축’이었다. 향후 5년간 SOC·산업·농림 부문에서 21조1000억원을 감축하겠다며 공약가계부도 내놨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해외자원외교 등으로 국가부채가 대폭 늘어난 데다 ‘전 정권 지우기’도 필요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확장 기조’로 바뀌었다. 경제성장률이 제자리를 맴돌자 정권 2년차를 맞아 경기부양이 시급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세수결손이 25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고민이 커졌다. 기재부는 지난해말 부랴부랴 ‘재정기획국’을 부활시키며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섰다.

최 부총리의 최근 발언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당장 적극적인 긴축으로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경제가 추락하면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물론이고 ‘친박 진영’의 생환도 장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련의 최 부총리 발언은 ‘예산철 군기잡기용’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정책변경을 시사하는 ‘떠보기’만으로도 기업과 가계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예산 사업을 대폭 삭감하는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확장정책 철회’를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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