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보완책으로 세수 4227억 ‘펑크’… 복지 축소 우려

2015.04.08 22:20 입력 2015.04.08 22:25 수정

경기부양 등 쓸 돈만 많아져… 정부 살림살이 갈수록 팍팍

5년 새 근소세 90% 증가해도 법인세는 21% 느는 데 그쳐

재원 확충·조세 형평성 위해 금융소득 등 과세 강화 필요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연말정산 보완대책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1361만명)에서 세금이 늘어난 근로소득자가 205만명(15%)에 달하자 각종 공제를 조정해 세금이 늘어난 부분을 없애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초 정부가 “극히 일부”라고 했던 것과 달리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감세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205만명의 세금 증가분을 해소하기 위해 자녀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 등을 확대하면서 당초 세금이 늘지 않았던 사람들이나 급여가 5500만원이 넘는 336만명의 세금도 같이 줄게 됐다. 써야 할 돈이 많은데 오히려 과세기반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실질 세부담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급여에서 실제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실효세율은 2013년 4.48%에서 지난해 4.82%로 0.34%포인트 높아졌지만 이번 보완대책이 반영되면 4.74%로 떨어지게 된다.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2014년 기준 실효세율이 1.29%에서 1.16%로 0.13%포인트 떨어진다. 또 55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7000만원 초과 근로자의 실효세율도 종전보다 각각 0.03%포인트(4.30%→4.27%), 0.02%포인트(11.86%→11.84%) 감소하게 됐다. 중·저소득층의 세부담이 고소득층보다 많이 감소해 전반적으로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강화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세금 감면이 확대돼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수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도 다시 늘어나게 됐다.

[뉴스분석]연말정산 보완책으로 세수 4227억 ‘펑크’… 복지 축소 우려

이번 보완대책으로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4227억원의 세금을 덜 걷게 됐다.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해 연초부터 4년 연속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부양, 복지 등 돈 쓸 일이 많은 정부로선 더욱 살림이 빡빡해진 셈이다.

정부는 “예산이 37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오차는 경기가 좋아지면 얼마든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각종 지표들을 보면 경기가 회복돼 소비나 소득이 늘어 세수가 늘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당장 정부는 2000여개 국가 보조사업들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10% 이상을 줄인다는 계획이어서 복지사업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 많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최소한 절반 이상의 비율을 꾸준히 보인다. ‘세금을 못 내겠다’가 아니라 ‘왜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만 터느냐’는 불만이 이번 연말정산 논란의 핵심이다.

실제로 정부가 걷은 근로소득세는 2009년 1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4000억원으로 90%(12조원) 증가했지만 기업들로부터 걷은 법인세는 같은 기간 35조2000억원에서 42조7000억원으로 21%(7조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효세율을 놓고 봐도 근로소득세는 2008년 4.02%에서 지난해 4.82%로 높아진 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18.3%에서 2013년 14.7%로 감소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취약하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주식 양도차익으로 100억원 이상을 번 사람들이 낸 세금은 이익의 16% 수준으로, 연봉이 7000만~8000만원인 직장인의 근로소득세율(24%)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도그마에 갇혀 세금 깎아주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복지재원 확충과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 금융소득 및 부동산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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