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정책목표에 부합했나

2015.03.31 21:39 입력 2015.03.31 22:48 수정

신청자 85%가 이미 ‘분할상환’… 의도와 어긋났다

▲ 변동금리·일시상환 개선 의도
절반만 성공 ‘씁쓸한 흥행’
“원리금 납부자가 상당수”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모씨(39)는 지난해 2월 목동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시중은행에서 1억9000만원을 빌렸다. 변동금리 3.65%로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이었다. 최씨는 거치기간 없이 매월 125만원가량을 갚아나갔다. 현재 남아 있는 대출금은 1억6200만원이다.

최씨는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난 24일 고정금리 2.65%에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전환했다. 안심전환대출 적용대상은 변동금리 대출자 또는 이자만 납부 중인 대출자다.

최씨는 변동금리 대출자였기에 갈아타는 일이 가능했다. 다음달부터 최씨는 매월 원리금 105만원씩 갚아나가면 된다. 연 240만원을 아끼게 된 셈이다.

변동금리·일시상환방식의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고정금리·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최씨처럼 원리금 분할상환방식 대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출의 일시상환을 분할상환으로 유도한다는 정책목표와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뉴스분석]안심전환대출, 정책목표에 부합했나

31일 금융위원회의 ‘1차 안심전환대출 1만건 표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5일 대출이 실행된 1만건 중 일시상환 대출자 비중은 14.3%였다. 안심전환대출 1차분인 20조원 중 2조8000억원만 일시상환 대출자들이 이용한 것이다. 반면 분할상환 대출자 비중은 85.7%에 달했다. 분할상환 대출자 중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납부하던 이들은 23.7%였다. 거치기간에 이자만 상환 중이던 대출자는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거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곧 원리금을 상환하게 될 가구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서 금리혜택을 받은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거치식 분할상환은 통상 3년가량인 거치기간을 반복해 연장하거나 타 은행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상환을 계속 미뤄두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바로 분할상환으로 바꾸도록 유도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을 담당한 은행 관계자들도 이자만 갚던 대출자보다 이미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던 대출자들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표본조사에서는 이자만 내던 분할상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미 원리금을 분할납부 중인 사람이 월등히 많다”며 “이자만 갚던 대출자가 3이라면, 원리금을 이미 납부 중이던 대출자들은 7”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동금리로 원리금을 상환 중이던 대출자들은 이자가 줄어드는 만큼 이 상품이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구조개선이 이뤄졌다”고 금융당국은 평가하지만 만기에 일시 상환부담을 안은 대출자들의 분할상환을 유도해 가계빚 구조를 개선하겠다던 정책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한편 20조원이 추가로 투입된 안심전환대출 2차 신청 첫날인 30일 2조2000억원 정도가 접수됐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이번 주중 신청한 사람 대다수가 최종 심사를 통과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차 신청에서는 원리금 납부에 부담을 느껴 신청하지 않았던 대출자들이 2차 신청에서는 은행을 방문해 상담하는 비중이 늘어났다”며 “일단 상담하고 가능하면 신청부터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차 신청에서는 원리금 납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금의 일부를 우선 갚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만기를 최장인 30년으로 잡는 식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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