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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환호가 공존하는···스타트업 서바이벌 '유니콘하우스' 결승 현장

2021.12.19 16:01 입력 2021.12.19 18:18 수정

18일 열린 스타트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니콘하우스> 결승전에서 유기농 생리대 개발사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를 향해 하정희 심사위원(D3쥬빌리파트너스 상무보)이 사업 확장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18일 열린 스타트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니콘하우스> 결승전에서 유기농 생리대 개발사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를 향해 하정희 심사위원(D3쥬빌리파트너스 상무보)이 사업 확장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글로벌 경쟁사가 판매금액을 낮추거나 번들(묶음) 판매를 하게 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이 볼 때는 가격이 10분의 1 싼 게 중요하지 않아 보여요. 높은 비용을 줘도 신뢰할 만한 기업을 선택할 텐데, 신뢰도 확보는 어떻게 가능하죠?”

이제 막 기업설명(IR)을 마친 ‘에이블랩스’ 신상 대표에게 심사역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에이블랩스는 실험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2월 설립됐다. 마른 침을 한 번 삼킨 신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답을 이어갔다. 질의응답을 포함한 20분의 발표가 끝나자 곧바로 다음 참가자가 무대에 올랐다. 데이터 기반 패션 검색 애플리케이션 ‘온더룩’의 이대범 대표였다. 10분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시계가 생중계 화면에 떠오르고, 이 대표가 기업설명을 시작했다.

<유니콘하우스> 결승전에는 여성을 위한 성 지식 플랫폼 ‘아루’, 소셜 러닝 플랫폼 ‘한달어스’, 실험 자동화 로봇 개발사 ‘에이블랩스’, 데이터 기반 패션 검색 플랫폼 ‘온더룩’, 유기농 생리대 개발사 ‘이너시아’(왼쪽부터) 등 총 5개 팀이 진출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유니콘하우스> 결승전에는 여성을 위한 성 지식 플랫폼 ‘아루’, 소셜 러닝 플랫폼 ‘한달어스’, 실험 자동화 로봇 개발사 ‘에이블랩스’, 데이터 기반 패션 검색 플랫폼 ‘온더룩’, 유기농 생리대 개발사 ‘이너시아’(왼쪽부터) 등 총 5개 팀이 진출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결승전 진행을 맡은 김태용 eo스튜디오 대표가 청중평가단에게 <유니콘하우스> 우승자 선정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결승전 진행을 맡은 김태용 eo스튜디오 대표가 청중평가단에게 <유니콘하우스> 우승자 선정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서울에 첫 대설주의보가 내린 지난 18일, <유니콘하우스> 결승전이 열린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는 눈물과 환호가 공존했다. <유니콘하우스>는 미디어 스타트업 ‘EO’ 채널에서 방영 중인 스타트업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주관하지 않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스타트업 오디션은 처음으로, 패스트트랙아시아·퓨처플레이·소풍벤처스·네스트컴퍼니 등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대표하는 투자사 4곳이 참여했다. 총 400여 지원팀 중 본선 진출 12개 팀을 선발, VC별로 스타트업을 3개씩 맡아 육성하며 2개월 동안 매회 탈락자를 가리는 미션을 진행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결승전에는 에이블랩스, 온더룩을 포함해 여성을 위한 성 지식 플랫폼 ‘아루’, 소셜 러닝 플랫폼 ‘한달어스’, 유기농 생리대 개발사 ‘이너시아’ 등 총 5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우승팀 선정은 외부 심사역 5명과 청중 평가단 31명이 모의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생방송 직전 기자와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은 “결과를 떠나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진 아루 대표는 “프로그램 출연 이후 성장통을 앓았다”면서도 “짧은 기간 안에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멘토로 참여한 VC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 자체가 상금보다 값지다”고 말했다.

상금 5000만원이 걸린 최종 우승은 에이블랩스 신상 대표에게 돌아갔다. 우승자 발표 직후 신 대표가 두 손을 모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상금 5000만원이 걸린 최종 우승은 에이블랩스 신상 대표에게 돌아갔다. 우승자 발표 직후 신 대표가 두 손을 모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유니콘하우스> 수상자들과 멘토로 참여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상패와 상금이 적힌 팻말을 들고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1등은 에이블랩스, 2등은 이너시아, 3등은 아루에게 돌아갔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유니콘하우스> 수상자들과 멘토로 참여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상패와 상금이 적힌 팻말을 들고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1등은 에이블랩스, 2등은 이너시아, 3등은 아루에게 돌아갔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상금 5000만원이 주어지는 최종 우승은 에이블랩스에 돌아갔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관중석에 앉아 있던 공동창업자 2명이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에이블랩스는 모의 투자금 4억6500만원을 확보하면서, 2위 이너시아(4억2500만원)에 근소하게 앞섰다. 전문 심사역들이 투자한 금액은 이너시아보다 적었으나, 청중 평가단의 결정이 승패를 갈랐다. 신 대표는 “<유니콘하우스>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며 “사업 초반 ‘꿈이 지나치다’ ‘생각대로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오기를 갖고 내적 성장을 하려 노력했다. 멋진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니콘하우스>는 투자 업계 트렌드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방송에 참여한 VC 대표와 파트너들은 각자가 육성하는 스타트업을 홍보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VC들도 자사 홍보, 초기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뛰어들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벤처 투자액은 5조259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4조3045억원)을 3분기 만에 경신했다. 심사역으로 참가한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투자총괄 상무는 “정부나 엔젤투자자(개인투자자)가 아닌 VC가 직접 액셀러레이터(초기 발굴 및 투자) 기능을 수행한 건 5~6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짧은 기간 해외에 비견할 만큼 성장했고, 토스·당근마켓 등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노하우를 쌓은 VC들이 등장했다. <유니콘하우스>는 이런 액셀러레이터들의 경연장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니콘하우스>를 기획한 김태용 eo스튜디오 대표와 멘토로 참가한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 류중희 류처플레이 대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왼쪽부터)가 ‘하우스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유니콘하우스>를 기획한 김태용 eo스튜디오 대표와 멘토로 참가한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 류중희 류처플레이 대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왼쪽부터)가 ‘하우스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이날 청중 평가단으로 참여한 31명은 대부분 스타트업 종사자이거나 예비 창업가였다. 이들 중 일부는 결승전이 끝난 뒤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이날 청중 평가단으로 참여한 31명은 대부분 스타트업 종사자이거나 예비 창업가였다. 이들 중 일부는 결승전이 끝난 뒤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제2의 벤처 붐’으로 표현되는 창업 열풍도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고스펙화’가 그 예다. 임 상무는 “1등과 2등을 차지한 두 기업 모두 명문대 박사 출신이 대표인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라며 “창업 시장에 고스펙 인재들이 쏠리고 있다. 과거엔 창업 분야가 커머스·IT(정보기술)에 집중됐다면 원천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는 “대기업 출신 창업가가 확실히 늘었다”며 “열정만 갖고 뛰어드는 사례보다 숙련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청중 평가단으로 참여한 31명의 관중 대부분도 예비 창업가였다. 정연진씨(30)는 “대기업을 퇴사한 뒤 핀테크 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이트(통찰)와 동기부여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창업 준비생 강다솔씨(24·가명)는 “창업에 관심은 있지만 업계 허들(장벽)이 높아 보여 망설였다”며 “멘토들이 주는 조언을 듣고 함께 공부하는 심정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유니콘하우스>를 기획한 김태용 eo스튜디오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는 정보와 네트워크 비대칭이 심했던 시장”이라며 “방송을 통해 감춰진 정보를 공개하고,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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