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동행센터’ 개소 1년, 금융위기 청년 4500여명 손잡아줬다

2023.11.30 15:01

청년층 부채, 생활비가 가장 큰 원인

경제적으로도 금융지식도 취약

센터엔 금융복지 상담관 8명 상주

“빚더미 내성화 전 전방위 도움줘야”

개인회생 등을 신청한 금융위기 청년들이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문을 연 ‘청년동행센터’에서 재무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제공

개인회생 등을 신청한 금융위기 청년들이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문을 연 ‘청년동행센터’에서 재무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제공

A씨(22)의 총채무 1억1700만원은 어머니의 암 투병에서 시작됐다. 은행 6곳에서 6500만원을 대출받았고, 2금융권 등에도 빚이 4000만원 이상 있다. 한달 급여는 170만원 수준. 회사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공과금과 휴대폰 요금, 식비, 교통비 등은 직접 부담해야 한다. 그가 혼자 억대 부채를 갚아나가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청년동행센터는 A씨처럼 위기상황에 몰린 ‘금융 취약 청년층’ 재기를 돕고 있다. 금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지역 만 39세 이하 청년에게 금융상담과 복지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청년동행센터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에서 문을 열었다.

30일 청년동행센터에 따르면 개소 이후 올해 10월 기준 상담건수는 총 8446건(450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가량은 파산면책(2766건)·개인회생(993건)·워크아웃(191건) 등과 같은 채무상담이었으며, 재무상담도 3955건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20~30대 청년층 가계부채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30세 미만 청년 부채보유액은 전년 대비 41.2% 증가했다. 전 연령대 평균(4.2%)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청년층의 채무 불이행에 따른 개인회생 신청 비중도 증가 추세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서울시 개인회생 개시결정 중 청년 비중이 47.3%나 됐다. 2020년 45.4%, 2021년 46%로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빚더미에 오르는 가장 큰 원인은 생활비 때문이었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청년 17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최초 채무 발생 이유는 ‘생활비 마련’(42%)이 1위였다. 채무 증가 원인은 ‘다른 부채를 변제하기 위해’(52%)가 가장 많았다. ‘부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얻을 사회적 관계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에는 64%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금융위기 청년 171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채무가 발생한 최초 원인은 ‘생활비 마련’이 42%(남성 35%, 여성 49%)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복지재단 제공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금융위기 청년 171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채무가 발생한 최초 원인은 ‘생활비 마련’이 42%(남성 35%, 여성 49%)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복지재단 제공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동행센터 관계자들은 “차별화된 청년 대상 금융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 파산을 한 50대 이상을 보면, 청년 시절부터 오랜 시간 누적돼온 채무가 있었다. 가족의 경제적 지원이나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고령자가 돼 상환능력 부족 상황에 놓이게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영훈 청년동행센터 상담관은 “청년들은 금융지식도 취약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오픈채팅창을 통한 고금리 불법대출이 성행하면서 피해를 입는 청년들이 늘고있다. 가령 ‘직장없어도 대출’ ‘신용등급 상관없이 대출’ 등으로 꾀어 5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로 10만원을 떼고 100만원을 갚으라는 식이다. 자녀의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해 부모가 또 같은 대출을 받으면서 사채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청년들의 경우 채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많다. 전 상담관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받으면 악순환(생활고→다중채무→지급불능→무직→생활고) 구조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복지전문 상담관 8명이 상주하는 청년동행센터는 1대1 맞춤형 재무상담은 물론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공적채무조정제도 지원, 청년 재기 지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보 제공 및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채무 조정과 금융교육을 함께 하는 것이다.

서울시·서울회생법원 협력해
‘재무길잡이’ ‘자립토대지원’ 사업도

서울시와 재단은 물론 서울회생법원이 손잡고 선보인 ‘청년재무길잡이’와 ‘청년 자립토대지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재무길잡이는 개인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개별 상담을 통해 수입·지출 관리, 개인회생 신청 이후 절차 안내 및 인가 후 변제계획 완주 방법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서울회생법원에서 변제 기간을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줄여준다. 신용회복이 빨라지는 만큼 전세자금 대출을 받거나 청년 공공임대주택 신청 등을 통해 조금 더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청년 자립토대지원은 개인회생 변제 절차를 마쳤거나 면책 예정인 청년들의 실질적인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됐다. 금융교육과 재무 상담 등을 이수하면 자립토대 지원금 100만원을 2회에 나눠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A씨도 현재 청년동행센터를 통해 개인회생을 진행 중이다. 재무상담 등을 받고 있으며 향후 청년 자립토대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청년동행센터 상담관들은 청년부채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잘못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고융불안과 저임금 등 사회 구조적 상황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은영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청년동행센터는 개소 이후 1년 간 금융위기 청년들의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위한 맞춤형상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따뜻한 동반자로 동행하기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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