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젊음의 가장 큰 자산은 긴 시간…빚 아닌 ‘감당 가능한 돈’ 묻어야”

2020.10.21 06:00 입력 2020.10.27 14:03 수정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청년층 주식 투자 열풍을 두고 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나눠 갖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투자보다 건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문제다.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자가 우르르 빠져나가면 적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 특히 청년들이 빚까지 내 투자하는 현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년들이 건강한 장기 투자자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6년차 증권맨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20대 금융미디어 창업가 박진영 어피티 대표를 만나 청년층 투자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김 센터장은 국내외 증시 역사를 거론하며 “빚을 내 투자하면 청년세대에겐 불리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빚을 내 투자를 하다 큰 손실을 본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면서도 “모든 청년들이 그럴 것이라 우려하는 건 기성세대의 기우”라고 했다.


[2030 자낳세 보고서]③“젊음의 가장 큰 자산은 긴 시간…빚 아닌 ‘감당 가능한 돈’ 묻어야”

위기에 대응하면서 오르고 내리는 게 주가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건드려선 안 돼
나쁜 가격엔 참여 안 하는 것도 투자의 일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50)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면서도 “반드시 ‘시간을 견디는 돈’으로 해야 승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야말로 가진 자산이 ‘긴 시간’인데, 빚을 내면서 짧은 호흡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세대적으로 가진 가장 큰 장점을 못 누리게 된다”고 부연했다.

- 최근의 투자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나.

“과거 국내 증시는 늘 바닥에서 외국인이 사고 한국인이 나중에 샀는데, 올해 3~4월엔 개미들이 낮은 가격에 직접 투자로 주식을 샀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없던 ‘현명한’ 일이다. 다만 3월 저점에서 현재까지의 과정만 보고 ‘주식시장이 원래 이렇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개인적으로 1996년 증권회사에 입사해 수차례의 주식 열풍을 겪었다. 주식을 사자마자 주가가 올라가고, 동료들이 다 ‘돈 벌었다’ 할 때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도 주가가 과도하게 높아진 버블 때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봤다.”

- 버블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투자는 버블 여부를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어떤 전문가도 버블이 얼마나 부풀어오른 다음에 터질지 알 수 없다. ‘한꺼번에 사지 말고 분할 매수하라’ ‘한 종목에 넣지 말고 분산 투자하라’는 말이 공자님 말씀 같지만 정말 중요하다. 주가란 늘 사이클이 있는 법이고, 떨어지면 또 올라가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결국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주가가 다시 오르곤 했다. 그래서 투자자는 위기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 돈이 있으면 이길 확률이 높다.”

- ‘위기를 견디는 돈’이란 어떤 돈인가.

“1~3년 이내 그 돈이 없어졌을 때 어떨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생활이나 계획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있을 것 같다면 그 돈으로는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빚을 내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예컨대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게 되면 주가가 일정 수준 떨어졌을 때 회사가 강제로 매도 주문을 내버린다. 떨어질 때 ‘나쁜 가격’에 주식을 팔지 않는 게 중요한데, 주가가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팔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빚을 당겨 빨리 수익을 내겠다는 조급증이 있으면 시장이 흔들릴 때 심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문제도 있다.”

- 투자자 중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내 손에 돈이 있으면 그건 기회다. 그런데 돈이 아닌 주식을 들고 있으니 문제다. 여윳돈이 있는 입장에서야 일시적 주가 하락이 무슨 문제인가.”

- SK바이오팜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최근의 공모주 열풍은 어떻게 보나.

“공모주 투자도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다. 마치 상한가에 대한 확실한 법칙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많은 사람이 빚을 당겨 주식을 받았다. 이 양상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때와 똑같다. 상장 일주일도 안 돼 ‘얼마가 올랐다’ 혹은 ‘과잉 투자다’ 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투자자와 미디어의 시각이 모두 굉장히 단기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청년들 중에도 ‘장기 투자’에 대한 원칙과 믿음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좋은 자세다. 많은 사람이 투자를 할 때는 비관론 쪽에 서고, 비관론이 압도적일 때는 낙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 나쁜 가격에는 참여를 안 하는 것도 투자의 일부다. 예상보다 힘든 기간이 길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시면 좋겠다. 미국 사례를 보면 주가가 장기 횡보한 적이 여러 번 있다. 1936년의 주가지수 고점을 1948년에, 1968년 고점은 1982년에, 2000년의 고점은 2013년에 넘었다. 2000년 고점에 산 사람은 원금을 회복하는 데 13년이 걸린 거다.”

-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는데 주가만 우상향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성장이 둔화하면 주식 기대수익률도 낮춰 잡는 게 맞다. 최근 몇 달의 ‘짜릿한’ 경험은 실은 그 전에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어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이 2%대 초중반이라면, 주가도 연평균 3.5% 이상 오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경제성장은 둔화됐는데 주식만 ‘대박’을 내는 건 가능하지 않다.”

- 최근 1~2년 동안에 주식 투자로 30% 수익률을 유지했다는 청년들도 간혹 있다.

“1~2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야구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144게임을 뛰는 프로야구 선수이지 한 경기만 뛰고 말 게 아니니까. 장기적으론 낙관하되 중간에 우여곡절을 다 겪는 게 투자다. 갑자기 50%도 떨어지고 70%도 떨어지고 한다. 연 3.5% 수익률도 상당히 좋은 것이다. 개별 종목을 잘 고를 능력이 없다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 장기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도 주식을 팔지 않고 기다릴 힘을 주는 게 배당이다. 한국에서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이 배당에 인색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대기업을 지배하는 소위 ‘오너 일가’가 아주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까지 지배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문제다. 예컨대 오너가 4%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치자. 배당을 하게 되면 오너에게는 전체의 4%밖에 돌아가지 않고 나머지 96%가 다른 데로 가니, 오너 입장에선 배당을 주는 게 불리한 일이 된다. 앞으로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투자자들에게 선순환이 올 수 있다고 본다.”

☞ 인터뷰 전문 보기 https://news.khan.kr/Lmzmz

[2030 자낳세 보고서]③“젊음의 가장 큰 자산은 긴 시간…빚 아닌 ‘감당 가능한 돈’ 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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