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투자금 안 잃을 정도의 지식 필수…돈 벌어 뭘 하고픈지 먼저 고민을”

2020.10.21 06:00 입력 2020.10.27 14:03 수정

박진영 경제전문 뉴스레터 어피티 대표

[2030 자낳세 보고서]③“투자금 안 잃을 정도의 지식 필수…돈 벌어 뭘 하고픈지 먼저 고민을”

큰돈 잃었을 때 트라우마도 크게 남는 법
일단 저가 테마주·우량주 한 주씩 사서
취업 준비할 때만큼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박진영 어피티 대표(29)는 “2030세대는 똑똑하다. 몰라서 손해보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금융 공부는 필수”라고 말했다. “돈을 아는 것도 좋지만 돈을 벌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 어피티를 창업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원래는 경제미디어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회초년생 여성들에게 카페나 술집을 추천해주는 영상 콘텐츠로 시작했는데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원점으로 돌아가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조사했다. 자신의 취향이나 취미에 대해 이야기할 땐 자신감 넘치는 이들이 유독 돈 얘기만 나오면 위축됐다. 10명 중 9명은 그랬다.”

- 왜 돈 얘기에 위축됐을까.

“취업을 하는 순간 갑자기 매달 통장에 200만원이 꽂히기 시작한다. 그때 손에 신용카드가 쥐어지고 소비가 순식간에 불어난다. 그렇게 1년, 2년 지나다가 갑자기 누군가는 주식을 한다 하고, 누군가는 펀드를 한다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돈 공부’를 해야 할 거 같은 막연한 압박감이 쌓이는 거다.”

- 어피티 창업을 계기로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돈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어떤 기업 주가가 오르는 게 말도 안 되는 일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더라.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고 그 돈을 쓰는 건 자본의 세계에서는 정말 일부분이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 청년들이 왜 돈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생존을 위해선 금융을 알아야 한다. 엄마 친구 말만 듣고 보험 가입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자산관리사 말만 듣고 DLS(파생결합증권)나 DLF(파생결합펀드) 같은 파생상품에 넣었다가 모두 잃어버리고….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일은 피하자는 거다.”

- 돈 공부의 필요성은 느껴도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토익 시험도 신청 안 하면 공부 안 하지 않나. 일단 1만원에 못 미치는 테마주와 6만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씩 산 후에 책을 사서 공부해라. 혼자 하기 힘들 땐 친구들이랑 같이하는 것도 방법이다. 취업 준비할 때도 스터디를 많이 하지 않았나. 이건 취업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적어도 내가 번 돈을 잃지 않을 정도의 기초체력, 금융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청년 주식투자 열풍을 ‘문제적’이라 보는 이들도 많다.

“투자는 ‘잘 다뤄야 하는 칼’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할 때 휘두르는 방법을 배우겠다는 것이지, 전쟁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겠다는 게 아니다. 물론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상의 가장 극단적인 단면을 끄집어내 모든 청년세대가 그럴 것임을 가정해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 ‘청년들이 돈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모두가 주식을 해야 한다거나 자산의 전부를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 통계적으로 2030의 신용대출이 크게 는 건 사실이다.

“본인 연봉 정도의 목돈을 모아놓지 않은 사람들은 일단 ‘시드머니’(종잣돈)를 모으며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투자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설령 이때 빚을 내서 투자해 큰돈을 번다 한들 그것은 좋은 경험이 아니다. 숫자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빚을 냈다가 돈을 크게 잃으면 트라우마도 더 크게 남는다.”

- 투자도 어느 정도 돈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머니로그(독자들이 직장, 소득, 연봉 등을 공개하면 전문가가 재무 관련 고민 상담을 해주는 코너) 콘텐츠를 올리면 ‘이 사람은 연봉이 높으니까’ ‘직업이 좋으니까’라는 반응이 많다. 서로의 조건을 비교하며 헐뜯거나 성과를 깎아내리며 다 같이 자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건 시드머니를 모으는 과정이 제일 재미없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서로 위로하며 함께 가면 좋겠다. 이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푼돈은 모아봤자 어차피 푼돈’이라는 식으로 의욕을 꺾고 소비를 부추기는 모습은 안타깝다.”

- 투자를 시도할 여력조차 없는 이도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일수록 금융정보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모으기 힘들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저소득자도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저소득층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도 찾아보면 정말 많다. 소득이 적을 땐 이직 등을 통해 ‘버는 돈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 주주 개인의 사익과 사회의 공익이 충돌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 이내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사후피임약 관련 기업의 주가가 ‘낙태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급등했다. 이 투자자들에게 낙태죄 폐지 이슈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싶어 소름이 돋았다. 주식시장에서의 가치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공익 관점에서 특정 현상을 평가할 필요도 분명히 있다.”

- ‘돈 뒤에 사람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싶다고 했다.

“지난 7월 구독자들에게 ‘왜 부자가 되고 싶냐’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내 아이에게는 가난을 대물림해주기 싫다거나 돈 때문에 자주 다퉜던 부모님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답변이 왔다. 그걸 보며 청년들이 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구나 싶었다. 내가 돈을 벌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어떻게 행복해질지를 모르면, 돈이 돈을 불러오는 상태의 짜릿함만 남기 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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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자낳세 보고서]③“투자금 안 잃을 정도의 지식 필수…돈 벌어 뭘 하고픈지 먼저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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