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대출자·일본제품 수입기업들 “우리는 엔저가 좋아요”

2013.05.13 21:55
김지환·박철응·윤대헌·김경학 기자

엔저가 되레 호재인 이들

엔·달러 환율이 13일 달러당 102엔을 돌파하는 등 엔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주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사실상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 또다시 ‘면죄부’를 주면서 엔화 약세가 심해졌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국내 일부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엔화 대출자, 일본 제품 수입기업 등엔 엔저가 호재가 되고 있다.

▲ 원리금 부담 낮아져 ‘미소’… 철강·공작기계 부품수입도
일 펀드 투자자 수혜 ‘톡톡’… 일 방문 한국 관광객 늘어

■ 엔화 대출자 원리금 부담 감소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엔화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줄고 있다. 엔화가 강세일 때 대출받았다면 최근 엔저로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은 지난 1월부터 엔화 대출을 원화 대출로 갈아타면 금리 인하나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엔화 강세로 엔화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었던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원화 대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전환 건수는 많지 않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월 이후 엔화 대출이 원화 대출로 전환된 건수가 지난 8일 현재 27건(110억1000만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엔화 대출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앞으로 원화 대출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화로 돈을 빌린 대기업은 환차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원화로 따진 부채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가 1조7000억원대로 가장 많고 롯데쇼핑, 삼성전자, 대한항공 등이 1조원 안팎의 엔화 부채를 갖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의 강세 심화가 반드시 한국 경제에 악재는 아니다”라면서 “일본산 부품 등 수입품의 가격을 낮춰 대일본 무역적자를 줄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엔화 대출자·일본제품 수입기업들 “우리는 엔저가 좋아요”

■ 일본 수입제품 가격 인하

지난 3월부터 이마트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93개 가공식품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엔저로 수입 가격이 떨어지자 소비자가 수혜를 보는 것이다. 식품뿐 아니라 전자, 자동차, 철강, 기계 등 국내 주요 업종이 대부분 일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 엔저 수혜 효과가 적지 않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지난해 주요 업종별 대일 수입 의존도를 보면, 자동차 산업은 전체 부품·소재와 장비의 23.3%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반면 완제품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0.1%로 극히 미미하다.

철강의 대일 부품 수입 의존도는 40.9%에 달하고 석유화학은 35.0%, 조선업 29.5%, 일반기계 23.9% 등이다. 반도체 분야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 비중이 14.2%다. 특히 공작기계 부문은 전체 부품 중 30~40%가량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일본산 제품과의 직접 경쟁은 미미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 일본 투자펀드 수익률 ‘쑥쑥’

일본 주식시장에서 이날 닛케이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74.67포인트(1.20%) 오른 14782.21로 장을 마감했다. 엔저 효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증시는 최근 6개월 70.67% 급등했다.

일본 증시 강세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이들은 일본펀드 투자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자료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34개 일본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평균 50.07%,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2.85%였다.

일본펀드 수익률은 다른 국가나 지역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해외펀드의 6개월 수익률을 보면, 대만펀드가 21.77%로 일본펀드와 3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보였다.

신흥아시아(21.25%)·북미(16.50%)·유럽(14.71%)·중국 본토(10.71%)·중동 및 아프리카(10.44%)·브릭스(7.56%) 등 대부분의 해외펀드 수익률은 일본펀드에 크게 못 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일본펀드에 대해 지난 2~3월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말 가입했으면 50% 정도 수익이 났기 때문에 엔저로 가장 수혜를 입은 이들은 일본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라고 말했다.

■ 방한 일본인 줄고, 방일 한국인 증가

엔저는 일본 여행 판도마저 바꾸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반면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다. 엔저로 인해 일본인의 한국 여행에 대한 비용부담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6% 늘어난 85만7000명을 기록했다. 3월 관광객 수로는 JNTO가 집계를 시작한 1964년 이후 최대다.

올해 1~3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37% 늘어났고, 같은 기간 방한 일본인은 평균 10% 정도 줄어들었다.

하나투어 정기윤 홍보팀장은 “올 1~4월 방한 일본인은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고, 같은 기간 한국인의 일본여행은 50% 이상 늘어났다”며 “해외로 나가는 일본인 여행객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5, 6월 일본여행 예약자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10%,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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