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두 얼굴’ 담배 끊는 서민, 귀금속 사는 부자

2012.03.01 21:31

통계청 작년 말 가계동향 분석

경기 평촌에 사는 대기업 부장 이모씨(50)는 지난해 가족들을 캐나다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아들과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다. 환율 상승으로 보내야 할 돈이 많아졌지만 전·월세값이 오르면서 송금 부담은 줄었다. 서울 근교에 오피스텔 2채, 서울 용산구에 투자용으로 사놓은 아파트 등을 활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혼자 살게 되면서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한 그는 주거비도 줄였다. 주말이면 골프밖에 몰랐던 그였지만 최근에는 산악용 자전거의 매력에도 빠졌다.

지난해 다니던 회사가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남편의 월급이 줄어든 정모씨(42·서울 영등포)는 올해 바꾸려던 자동차를 포기했다. 타고 다닌 지 10년이 넘은 소형차였지만 새 차 구입은 ‘언감생심’이었다. 남편은 출퇴근 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바꾸고, 정씨도 버스 두 정거장 거리를 매일 걸어다니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말 외출도 뚝 끊었다. 평일 점심과 저녁은 구내식당만 이용한다. 남편은 학원을 하나씩 끊은 아이에게 미안해서인지 그동안 즐기던 담배를 끊었다. 정씨는 “먹고사는 데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줄지 않아 가계부에서는 표시가 안 난다”면서 “줄이려야 줄일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도 소득계층별 소비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저소득층은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면서 술·담배라도 끊으려 버둥대는 반면 고소득층은 여전히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고물가 두 얼굴’ 담배 끊는 서민, 귀금속 사는 부자

통계청이 전국 8700가구를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1년 말 기준 가계동향자료를 보면, 소득기준 하위 20%(1분위) 가구의 지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식료품비(25만2000원)와 주거비(20만2000원)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7.0%, 11.9%가 늘었다. 10.3%가 오른 의류·신발을 포함하면 의식주 부담이 가장 컸다. 지난해 고물가와 전월세값 상승이 저소득층에게는 직격탄인 셈이었다.

유일하게 준 것은 전년보다 3.7% 떨어진 담배·술 값과 0.7% 떨어진 교육비(9만1400원에서 9만900원)였다. 그러나 주류·담배의 소비지출은 1만8900원에 불과해 소비 비중이 가장 낮은 항목이었고, 교육비도 줄었다고 보기에는 미미한 수치다. 중간층인 소득 3분위 가구 역시 오락·문화비(12만원에서 11만8000원)만 제외하고 모든 항목의 지출이 늘었다. 중산층 역시 늘어나는 생활비 부담에 ‘즐기는 지출’을 줄인 셈이다.

그러나 소득 상위 20%는 오락·문화비 지출이 2010년 23만5300원에서 지난해 23만5500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다. 또 교육비로 52만9000원을 사용, 전체 소비지출액(363만여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보다 소비항목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기타상품·서비스 분야로 6.4%가 늘어 35만6200원을 썼다. 여기에는 이·미용서비스 및 용품, 위생용품, 시계 및 장신구, 보험 등이 포함된다. 가장 많이 준 항목은 가정용품·가사서비스로 5.8% 감소한 지출액은 16만2000원이었다. 주거비도 전년보다 2.3% 줄어 28만8700원 선이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