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해외직구 의약품

2019.08.06 21:41 입력 2019.08.06 23:00 수정

속눈썹 풍성해지는 약, 안구건조증 유발…탈모치료제 복용 후 되레 탈모 심화

소비자원, 불법사이트 등 조사

판매 불가 무허가 의약품부터 처방전 필요한 전문의약품까지

무차별 유통…오·남용 주의보

포장용기를 바꾸는 ‘통갈이’(왼쪽 사진)와 허위 처방전이 동봉된 약품들의 모습.  소비자원 제공

포장용기를 바꾸는 ‘통갈이’(왼쪽 사진)와 허위 처방전이 동봉된 약품들의 모습. 소비자원 제공

ㄱ씨는 해외 직구로 구매한 녹내장치료용 점안액(비마토프로스트)을 속눈썹 증모 목적으로 사용한 뒤 눈 주위 색소침착 및 안구 건조, 가려움증을 겪었다. 해외 직구로 탈모치료약(피나스테리드)을 구매해 복용한 ㄴ씨는 오히려 탈모가 더 심해지고 만성피로, 여드름 등이 생기자 복용을 중지했다. 저렴한 값에 국내에선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해외 직구가 활발해지면서 의약품 직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전 및 진단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입되면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들이 빈발하고 있다.

6일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불법사이트 및 구매대행 사이트 15곳을 통해 30개 전문의약품의 유통 및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 상품을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을 해외 배송을 통해 구매하는 주된 이유는 무허가 의약품이라 국내 구매가 불가능한 경우, 허가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해서 등이었다. 특히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가된 성분의 의약품을 ‘머리 좋아지는 약’ ‘탈모약’ 등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본래 기면증 치료 목적의 모다피닐 함유 의약품은 국내 불법 사이트에서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녹내장 및 고안압증 치료를 위한 비마토프로스트 성분이 포함된 약은 ‘속눈썹 풍성해지게 하는 약’으로 홍보되고 있었다.

30개 제품 중 국제우편물로 배송된 19개(63.3%)는 소비자가 자가 사용 목적의 의약품을 소량 수입하는 경우 수입 신고가 면제되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었다. 자가 사용 인정기준이란 관세법상 소액·소량(150달러 이하, 총 6병)을 자가 사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 및 관세가 면제되는 제도다. 이들 의약품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었다. 특송물품으로 배송된 8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는 일반의약품(4개)과 식이보충제(4개)로 분류됐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하는데도 별도 처방전 제출 없이 통관됐다. 국내우편물로 배송된 3개 제품 중 2개는 통관금지 성분이 포함돼 있어 해외 판매자가 국내 업자에게 제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달한 뒤 국내 우편으로 배송한 것으로 추정됐다.

못 믿을 해외직구 의약품

의약품의 기본 정보 역시 제공되고 있지 않았다. 30개 가운데 10개(33.3%)는 통갈이(통관금지 성분 제품의 용기를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것), 허위 처방전 동봉, 통관금지 성분명 누락, 제품가격 허위 기재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관 확인 절차를 회피했다. 첨부문서가 동봉되지 않은 제품도 10개에 달했고, 14개 제품(46.7%)은 식별표시도 없었다.

소비자원은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가 사용 인정기준 세분화, 특송·국제우편 등 의약품 통관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불법 판매 사이트 모니터링 등을 요청키로 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직구 의약품은 제조국, 판매국, 발송국 등이 상이해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만큼 불법 의약품일 가능성이 높고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오·남용 및 부작용 발생 위험이 크다”며 “정상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외 전문의약품 구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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