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가계부채

‘돈 빌려줄 테니 집 사라’ 부추긴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가계부채 폭증의 ‘방아쇠’ 역할

2015.03.23 06:00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 대책)을 시작으로 올 초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1·13 대책)에 이르기까지 9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부분 각종 규제를 풀어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이다. 이는 ‘빚을 내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으로, 가계부채 폭증의 ‘방아쇠’ 구실을 했다.

정부가 그간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집 사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집 사기 좋은 환경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집값을 쉽게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을 유지하면서 집값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정부는 2013년 4월 취득세 한시 면제와 국민주택기금 지원 확대를 통해 주택구입을 지원하기로 했고, ‘7·24 대책’에서는 1%대의 장기 저리로 구입자금을 빌려주는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출시하기로 했다. 전·월세 상승세를 막기 위한 ‘8·28 대책’도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담았다. 부동산 대책과 별도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지난해 8월부터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로 완화했다. 종전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 살리기에 나선 것은 시장 내부 동력으로는 시장을 활성화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침체에 빠진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여겼다. 집권 3년차인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규 주택 분양시장이 살아났고, 기존 주택 거래와 주택 인허가도 늘어나는 등 시장의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이 3만3301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주택 인허가는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이달 20일까지 서울의 아파트 일평균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3월보다 37.2% 증가한 419.1건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 매매에 비중을 둔 반면 세입자 대책은 빈약했다. 저금리가 지속되자 집주인은 대거 전세를 월세로 바꿨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은 전국 평균 70%에 이르렀다. ‘집값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고 부추긴 결과 주택담보대출액은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013년 1월 466조6914억원에서 지난 1월 539조9963억원으로 15%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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