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조달청 업무 이관 직전 보름동안 설계공모 50여건 쏟아냈다

2024.04.22 15:5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월 한 달 동안에만 50여건의 공동주택 설계 용역 공모를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 누락’과 ‘전관 카르텔’ 논란으로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조달청에 이관하기 직전 ‘밀어내기 공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H는 “공동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미 발주한 사업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LH 본사. LH제공

LH 본사. LH제공

22일 LH 홈페이지 공고를 보면, LH는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총 51개 공공주택 블록의 설계용역을 공모했다. 총 발주 금액은 1186억원 규모다. LH가 올해 예고한 공동주택 설계공모 발주 금액(2800억원)의 4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LH가 약 보름간 공고한 설계용역 물량은 지난 한해동안 LH가 공고했던 물량보다도 많다. LH는 지난해 부천대장, 남양주왕숙2, 수원당수2 등에서 31건의 공동주택 설계공모를 했다. 지난해 묶여있던 설계공모가 올해로 넘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많은 수치다.

최근 LH 공고를 보면,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에서만 9개 공공주택 블록의 설계공모가 나왔다. 나눔형 주택 1459가구가 들어서는 하남교산 A-14 블록은 설계용역비가 55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다른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A2·A3 블록(1639가구)은 합쳐서 63억5000만원의 설계용역비가 책정됐다.

LH는 지난해 7월 ‘철근 누락’ 사태로 ‘전관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설계·감리 용역 발주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번달부터는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LH 발주물량을 조달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LH 공동주택 설계 발주 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고, 공공주택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이에 4월 이전 발주한 물량은 업무 이관 초기 혼선을 방지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일정을 앞당겨 설계 공모를 냈다는게 LH측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주택 10만호 공급을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발주한 물량을 연말 전 착공이라도 하려면 적어도 6~7개월 전에는 공모를 내야 했다”며 “그 이후에 진행해도 되는 물량은 조달청에서 발주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설계용역 공모가 한동안 중단된 상태에서 ‘가뭄에 단비’라며 환영했다. 반면 일시에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지며 공공주택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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