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위기 오나

상시화하는 곡물파동… 무너진 거래질서

2012.08.26 21:39 입력 2012.08.26 22:21 수정
김형규 기자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 ‘방아쇠’ 역할로 가격 급등락 상시화

곡물가격은 더 이상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의 작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심해지면서 원자재 등 상품투자로까지 영역을 넓힌 글로벌 투기자본은 곡물시장에서도 가격을 좌우하는 막강한 권력이 된 지 오래다.

올 들어 미국 중서부와 흑해 연안, 호주 등 주요 곡창지대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옥수수와 콩, 밀 등 3대 주요 작물의 가격이 모두 폭등했다. 6월1일을 기점으로 지난 17일까지 옥수수는 45%, 밀(소맥) 43%, 콩(대두)은 24%씩 각각 가격이 급등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최근 곡물가 상승의 첫번째 이유다.

[세계 식량위기 오나]상시화하는 곡물파동… 무너진 거래질서

[세계 식량위기 오나]상시화하는 곡물파동… 무너진 거래질서

▲ 금융위기 후 투기자본 유입
가격질서 왜곡 장기화될 듯

그러나 같은 기간 3대 작물의 선물거래에 쏟아진 투기자본 규모를 보면 곡물가격이 단순히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곡물 선물거래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3대 곡물 매매 약정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초 9만3000여건을 기록했던 옥수수의 비상업용(투기적) 순매수 계약은 8월 중순 31만6000여건으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이 늘었다는 것은 실제 곡물수요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고 곡물에 베팅하는 ‘핫머니’가 그만큼 많이 유입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밀 선물 비상업용 순매수 계약 역시 마이너스 1만3000여건에서 5만5000여건으로 크게 늘며 2008년 애그플레이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선물시장에서 주요 곡물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세계 식량위기 오나]상시화하는 곡물파동… 무너진 거래질서

채현기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3일 “수급불안이 초기에 해소된다 해도 한번 투기세력이 붙고 계속해서 곡물가가 오를 것 같다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퍼지고 나면 연쇄적으로 급등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기자본의 규모가 커지며 기후에 의한 생산량 변동보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방아쇠’ 역할이 곡물가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6년 이후 약 2년을 주기로 반복된 곡물 파동을 살펴보면 쌀과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이 증가하는 동안에도 가격이 앙등하는 현상이 발견된다.

수요공급의 원칙을 압도하는 곡물시장의 가격 왜곡 구조가 점점 고착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일반화된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기자본을 곡물시장으로 유인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된 것도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해 곡물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몰려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달러화 약세 현상은 곡물을 포함한 상품시장의 강세로 연결된다”면서 “미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등 시장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기적 가수요가 늘어나며 곡물시장의 불확실성과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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