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블루카본

(1)국내 갯벌, 연간 승용차 20만대 온실가스 흡수…‘블루카본’ 뭐기에

2021.04.13 06:00 입력 2021.04.13 06:01 수정

이산화탄소 흡수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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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카본(blue carbon)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맹그로브숲, 염습지, 잘피림 등 해안생태계를 이른다. 열대우림과 침엽수림 같은 그린카본(green carbon)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바다로 흡수되는 탄소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국제적으로 보존·발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갯벌이 해마다 승용차 20만대가 내뿜는 분량에 맞먹는 48만4500t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약 7340만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 갯벌을 비롯한 연안습지 생태계를 이르는 ‘블루카본’이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환경공단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서울대·부산대 연구팀 등 10개 기관은 2017년부터 4년간 진행된 ‘국가 블루카본 정보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기술 개발’ 공동연구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국내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잘피림 등 연안습지
‘가성비 높은’ 탄소저장고

연안습지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보면, 갯벌은 48만4506t, 염습지 8213t, 잘피림 7733t 등 총 50만452t이다. 갯벌은 국내 전체 갯벌의 98%를 차지하는 비식생(식물이 살지 않는) 지역으로, 면적이 훨씬 넓어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압도적으로 많다. 염습지는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서식하는 연안 모래언덕이나 갯벌이며, 잘피림은 바닷물에서 꽃을 피우는 거머리말과 새우말 등 현화식물의 군락지를 의미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연안습지 분포 면적은 비식생 갯벌 2447㎢, 염습지 35㎢, 잘피림 19㎢ 등 총 2501㎢(2018년 기준)이다.

연구를 주관한 해양환경공단의 이숙희 박사는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 흡수 잠재력을 인정받는 블루카본의 보존과 발굴을 위해 연구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갯벌이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숲,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다. 세계 151개 국가에서 블루카본 3가지 중 최소 1가지를, 71개국은 3가지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블루카본이 해안 생태계를 보호할 뿐 아니라 비용 대비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데, 블루카본은 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유기물을 정화하고 더 많은 탄소를 땅속에 저장한다. 열대우림이나 침엽수림 같은 ‘그린카본’에 비해 분포 면적은 훨씬 작지만, 조성 비용이 적게 들고 탄소 흡수 속도는 50배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와 블루카본](1)국내 갯벌, 연간 승용차 20만대 온실가스 흡수…‘블루카본’ 뭐기에

4년간 연안습지 4.5㎢ 우선 복원
‘탄소 흡수’로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019년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블루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미국·호주 등 주요국은 블루카본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포함시켰고, 28개국은 연안습지를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갯벌의 경우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구결과가 없어 아직 블루카본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치를 다룬 국내외 연구결과도 대부분 추정치에 그쳤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내 학계와 정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갯벌을 블루카본에 포함시키기 위해 관련 연구와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탄소중립 실현은 ‘탄소 배출 감축과 탄소 흡수’라는 두 가지 축이 원활하게 작동됐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블루카본 보존과 발굴은 ‘탄소 배출 감축’보다는 ‘흡수’에 방점이 찍힌 기후변화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척사업 등 개발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연안습지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IPCC에 따르면 연안습지가 감소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대 54억t의 이산화탄소가 땅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대기 중에 배출되고 있다. 이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7억3000만t·2018년 기준)의 최대 7.4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553억t) 10분의 1에 해당한다. 국내 연안습지도 크게 줄었다. 1987년 3204㎢에서 2018년 2482㎢(염습지 포함)로 30년 사이에 약 23%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갈대 등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연안습지 4.5㎢를 우선 복원할 계획이다. 또 갯벌이 IPCC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가 온실가스 흡수원에 반영되도록 이번 연구결과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많은 국가들이 자기들이 보유한 블루카본 자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연구와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는 상황인 데 반해 우리는 최근까지 관련 자료조차 제대로 축적돼 있지 않았다”며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갯벌 보유국들과 공조하는 등 정부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블루카본을 보존하고 발굴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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