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 1년, 유기견 안 줄었다

2014.01.01 21:37 입력 2014.01.01 22:22 수정

동물등록제 홍보 부족, 단속지침도 불명확

주인 찾기·생태계 파괴 방지 취지 못 살려

거리에 버려지는 개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동물등록제를 도입하고 올해부터는 과태료 부과까지 하고 있지만, 등록 실적이 저조한 데다 미등록 반려견에 대한 뚜렷한 단속방법도 없어 시행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태료 부과를 우려한 견주들이 미등록 반려견을 계속 버릴 경우 지자체별로 ‘유기견과의 전쟁’도 우려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1일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7대 광역시를 대상으로 동물등록제 계도기간이었던 지난해의 유기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유기견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부산은 7264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해 2012년 전체 규모인 6992마리를 초과했다. 광주에서도 1385마리가 버려져 전년도 1333마리보다 많았다.

서울·대구·대전·울산 등의 유기견도 전년도 전체 유기견(서울 7860마리, 대구 2256마리, 대전 2441마리, 울산 2012마리) 수와 비슷했다.

등록제 1년, 유기견 안 줄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견주들이 개를 더 이상 기를 수 없거나 반려견에 싫증을 내면서 함부로 버리고, 잃어버렸을 때도 적극적으로 찾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동물등록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버리자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매년 6억원의 예산을 유기견 처리를 위해 편성하는 등 지자체마다 수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는 유기견 발생을 억제하고, 길 잃은 개를 견주에게 쉽게 되돌려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반려견에게 내·외장형 장치 또는 인식표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동물등록제를 도입했지만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체 등록대상 50만2890마리 중 30%인 15만1020마리가 등록됐을 뿐이고, 광주는 3만4272마리 중 9548마리(28%), 대전은 3만1559마리 중 1만7731마리(56%)만 등록됐다.

각 지자체는 미등록 반려견에 대한 단속지침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은 데다 단속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서울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물보호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담당부서 인원은 팀장을 포함해 4명뿐이고, 다른 지자체들은 관련 직원이 1~2명에 불과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그저 공원이나 길거리에 나돌아 다니는 개를 불시에 단속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문가들은 동물등록제 시행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기견의 소유 정보를 알려주는 외장형 장치와 인식표는 타인이 떼어내면 알 길이 없다. 가장 확실하게 소유 정보를 유지하는 방법은 개의 체내에 심는 내장형 장치이지만, 견주들이 부작용을 우려해 매우 꺼리고 있다. 울산(42%)·대전(44%)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등록제는 반려견들이 버려질 경우 자칫 들개처럼 방치돼 생태계까지 파괴하는 것을 방지하고 잃어버린 반려견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돕기 위해 도입됐다”며 “동물권을 보호하고 생태계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태료 부과 같은 단속행정보다는 견주들이 동물등록제 이후 어떤 실익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행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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