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대강 사업’ 극비 추진

5대강 절반이 ‘개발 바람’ 노출… 내년 총선 ‘공약 남발’ 우려

2015.05.26 06:00 입력 2015.05.26 06:24 수정

국토부 보고서 살펴보니

▲ 기존엔 천변 24% 개발 허용
복원지구, 친수지구로 변경
음식점 등 상업시설 허용

▲ “4대강은 정지작업에 불과”
박 정부 ‘관광활성화’ 토대
난개발 족쇄 풀어주는 셈

25일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국가하천 하천구역 지구 기정 기준 및 이용보전계획 수립’ 최종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국 5대강 천변에 대형 개발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섬진강이 추가된 5대강의 친수지구를 8585만6309㎡(24.25%)에서 1억2749만3584㎡(49.14%)로 24.89%포인트 늘리고, 허용되는 시설의 빗장도 대거 푸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곳곳에 항구를 만들고 그 주변에 상업시설을 지으려던 ‘대운하 구상’ 때의 천변 개발 모델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퍼낸 준설토가 경기 여주시 강천면 남한강변 곳곳에 현재까지 모래산 형태로 5년째 방치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퍼낸 준설토가 경기 여주시 강천면 남한강변 곳곳에 현재까지 모래산 형태로 5년째 방치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작성해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보고한 최종보고서의 골자는 기존에 전체 천변 면적의 40.04%에 달했던 복원지구를 나눠 보전지구·친수지구에 각각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전체 보전지구가 35.72%에서 50.86%로 늘어나지만, 전문가들은 보전지구와 복원지구를 합한 수치를 주목하고 있다. 보전지구·복원지구를 합해 개발행위를 허용하지 않던 지역이 전체 천변의 75.76%에서 앞으로는 50.86%로 줄고, 현재 24.25%인 친수(개발가능)지구가 49.14%로 확대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토부 보고서는 보전지구는 ‘보전가치가 높은 곳으로 인공적 정비와 인간 활동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자연상태로 두는 지구’로 규정하고, 복원지구는 ‘인위적 간섭이나 자연적 교란 등으로 훼손·파괴되어 복원이 필요한 지구로 복원이 완료되면 지구 특성에 따라 친수 또는 보전 지구로 재지정’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국토부 보고서가 국내 주요 하천의 천변 전역에서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친수지구에 도입·설치할 수 있는 시설에 건설 후 수십년 이상 지속되는 형태의 고정시설물을 대거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현재는 천변에 고정시설물을 지으려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국토부조차 가급적 고정시설물은 짓지 못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지구 지정 기준이 달라질 경우 지자체나 민간기업의 천변 개발을 막던 족쇄가 풀릴 수 있게 된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친수지구에는 간이체육시설과 산책로, 선착장·요트장 등 레저시설, 경량항공기 이착륙장과 자동차 경주장 같은 대규모 시설, 골프장·미술관·박물관·공연장 등 꼭 천변에 지을 필요가 없거나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시설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대운하 사업에서 4대강 곳곳에 항구를 만들고 주변에 상업시설을 지으려던 내용을 국토부가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운하 사업엔 광주·나주·대구·구미·밀양·문경·상주·충주 등 내륙도시를 항구도시로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 ‘5대강 사업’ 극비 추진]5대강 절반이 ‘개발 바람’ 노출… 내년 총선 ‘공약 남발’ 우려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고, 하굿둑이 없어 자연적 모습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섬진강의 친수지구 면적도 1.44%에서 63.25%로 대폭 늘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의 5대강 수계별 지구 지정 결과 항목에 제시된 섬진강 친수지구 확대 면적 63.25%는 건설기술연구원 측 오류이고 6.32%일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도 섬진강의 친수지구 면적은 10%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고서 결론 부분에 현재 24.25%인 친수지구 면적도 49.14%에서 36~37%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44%였던 친수지구가 6.32%로 4.4배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섬진강의 환경오염·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5대강 전체로도 친수지구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본틀만 잡힌 것이고 세부 내용은 달라질 것”이라며 “한강에 있는 밤섬처럼 대도시 구간에도 보전지역을 만드는 등 보전적인 측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에 후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전지구로 남겨놓는 면적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의원은 “국토부 보고서는 4대강 사업으로 정리해 놓은 강변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천변지역의 지자체들은 이미 이번 지구 지정을 강변 개발의 호재로 생각해 각종 개발사업을 건의하는 등 난개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가 이번 용역 보고서의 틀로 지구 지정 계획을 확정·발표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개발 공약이 남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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