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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줄이려면…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이 ‘열쇠’

2019.08.01 21:38 입력 2019.08.01 21:46 수정
김현욱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원장

반려동물 1000만 시대지만 부끄럽게도 유기 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개를 대상으로 유기방지 및 소유자들의 책임의식 제고’를 목적으로 동물등록제를 2014년부터 전국의무시행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전체 반려견 중 등록 비율은 25% 전후로 저조하다. 정부는 반려동물 등록을 홍보, 권장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오는 9월부터 집중단속을 벌이고 미등록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통해 등록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에서 반영구적인 개체 인식 방법인 체내 삽입형 마이크로칩 외에도 체외 마이크로칩이나 단순 목걸이 방식의 등록도 허용하고 있어 전체 등록률이 늘어나더라도 유기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유기가 발생하는 건 소중히 키우던 반려견을 잃어버리거나 반려견을 더 이상 키울 마음이 없어 버리기 때문이다. 아직은 등록된 반려견 비율이 높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실제 동물보호소를 통해 보호자 품으로 반환된 경우가 15%를 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 미아보다는 실제 유기하는 경우가 훨씬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외장형 마이크로칩이나 목걸이를 장착하는 경우 유기할 마음만 먹는다면 목걸이를 떼는 것만으로도 개체 확인을 할 수 없어 정부가 유기방지를 목적으로 도입한 동물등록제의 억제 효과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향후 정부에서는 현행 생후 3개월 이후 의무등록을 생후 2개월로 앞당겨 반려견 분양 이전에 등록을 유도하려 하지만 판매하는 반려견의 관리 비용에 민감한 생산판매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용이 더 들고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시술을 통해야 하는 체내삽입형 마이크로칩 방식보다는 체외 인식표로 대신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내삽입형 등록 방식으로 단일화하지 않고 등록시기만 앞당겨서는 유기방지에 있어 실효성이 없는, 무늬만 등록된 반려견 비율만 늘어날 뿐이다. 정부에서 등록방식을 통해 유기를 철저히 방지하려 한다면 반려동물을 구입하거나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시점에서 사전에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통한 등록을 일원화하고 반려를 목적으로 하는 반려견뿐만 아니라 등록 대상을 전체 개들과 고양이로 확대해야 한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물건을 버리니,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이름표를 달아버리자는 식의 결과론적인 억제 정책으로는 유기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람들이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는 이유는 유기견의 나이별 비중 자료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체 유기견 중 2살 미만이 61.5%인 것을 볼 때 어릴 때 버려지는 이유는 키우는 것을 감당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또는 반려견을 입양 후 가족처럼 강한 유대감이 형성될 때까지는 일정 시간과 관계가 필요한데 이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해서일 것으로 판단된다.

유기방지를 위해서는 반려견을 어린아이 입양과 같이 생각하고,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입양 이후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사회화 교육 과정과 정기적인 산책을 통해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펫티켓을 철저히 지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입양 전에 구충과 예방접종 등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건강기록부와 등록증 교부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고]유기동물 줄이려면…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이 ‘열쇠’

마지막으로 저가로 무분별하게 생명을 판매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반려견에 대해 충분한 가치를 주고 입양하도록 전문 브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또한 10살 이상 만성적인 질병 발생이 늘어나는 시기의 유기견 발생이 다소 높은 것을 고려할 때 반려견 생애주기에 맞는 반려동물 보험의 활성화와 취약 계층에 대한 공공의료 서비스 추진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애완동물에서 이제는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익숙해진 시점에서 이에 걸맞게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해 오고 있는지를 뒤돌아보고, 반려동물 문화를 좀 더 성숙시키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개인, 단체, 업계, 정부의 노력이 합쳐질 때 유기견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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