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없었던 캠퍼스…야속할까, 다행일까

2018.04.27 17:09 입력 2018.04.27 17:10 수정

[금주의 B컷]강풍 없었던 캠퍼스…야속할까, 다행일까

전국적으로 비바람이 거셌던 지난 23일 비오는 풍경을 담기 위해 이화여대로 향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쓴 학생들의 모습을 찍으려 시도했지만 학생들은 거센 비바람을 피해 건물 출입구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썰렁한 계단만 보고 있자니 초조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이 취재를 하던 한 타사 선배가 바람이 거세다며 뒤집어진 우산을 보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농담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야속한 계단만 하염없이 쳐다봤습니다.

다음날, 대다수 신문의 지면에는 강풍에 우산이 뒤집어진 시민들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저로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진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날은 단지 ‘비’보다는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의 ‘비바람’이 사진의 포인트였던 것입니다. 부장은 “이화여대에는 바람이 안 불었나보다”며 저를 다독여줬습니다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초년병 사진기자에게 스케치 사진은 어렵고 생소한 작업입니다. 선배들은 “사진기자는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아직은 ‘바라보는 것’조차 어렵고, 이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할 연륜과 경험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사계절을 세 번은 겪어야 무엇을 찍게 될지 보인다”고 선배들은 말합니다. 저도 계절을 몇 번 거치면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지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잘 찍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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