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의 당신, 행복하십니까

2011.04.14 19:24
기선완|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죽기살기로 애쓰는 사람보다 엉뚱한 상상 즐기는 사람이 획기적 지식이나 기술 창조

똑똑한 인재 한명이 수천명을 먹여 살린다. 많이 들어 본 소리다. 과연 그럴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부분도 많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재 한명이 수천명을 먹여 살리려면 그 한명에게 과중한 기대나 질시가 따르거나 무한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그걸 한 사람이 감당하기는 버겁다. 아마도 세계화 시대의 경쟁 구도에서 그렇게 능력이 있는 한명이라면 거대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국가나 다국적 기업에서 스카우트해 갈지 모른다.

[의술 인술]무한경쟁의 당신, 행복하십니까

우리는 이런 허망한 소리에 제대로 반론을 못하고 그 한명이 되기 위해 학생 시절부터 과도한 사교육을 받고 스펙을 쌓고 무한 경쟁에 시달린다. 세계화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남을 이기고 내가 홀로 우뚝 서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로 출중한 인재는 그런 과도한 경쟁 구도의 스트레스 환경에서 나오지 않는다. 죽기 살기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적당히 밀려서 살아가는 사람이 결코 이기지 못하고, 진정으로 좋아서 몰입하는 사람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가 이기지 못한다.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이고 신선한 사고는 주어진 게임의 규칙에서 경쟁을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질서 밖에서 엉뚱한 상상력을 하는 사람에 의해 가능하다. 수천명을 먹여 살리는 획기적 기술이나 지식은 결코 현재의 경쟁 구도 안에서 잉태될 수 없다.

구소련에 인접했던 핀란드는 갑자기 찾아온 구소련의 붕괴로 경제적 치명타를 입었다. 인구 수도 적고 목재 이외 특별한 자원도 없는 추운 나라 핀란드는 어려운 시절 국가의 발전 방향을 협력과 상생으로 잡아 나갔다. 경쟁 이전에 협력을 가르치고 개인 이전에 공동체를 생각하라고 했다. 그 결과 현재 일류 국가 핀란드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 나라가 시장이 크고 인구가 많고 돈도 많으면 시장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하여 국가 경쟁력을 키워도 된다. 그렇게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어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한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에는 어림없는 소리다. 특히 잘 나갈 때보다 갑자기 밀어닥친 위기에서 견딜 수가 없다. 위기 상황에서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국가나 기업보다 협력과 상생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 당연히 훨씬 더 위기 극복을 잘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뛰어난 어떤 지식의 수용과 발전은 다수의 집단 지성의 힘에 의해 사회적 맥락에서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경쟁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무한 경쟁은 곤란하다. 사회 질서를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외부를 향하는 것이 좋다. 안으로는 협력, 밖으로는 경쟁.

세계화의 무한 경쟁 그리고 청년백수와 사오정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에 내몰리는 기업인과 직장인들이 너무나도 애처롭다. 우리는 과거 두레나 품앗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협력과 상생의 전통을 가졌던 민족이다. 무엇이든지 한 방향으로 몰리면 부작용이 생긴다. 이제 굳건한 협력과 상생의 바탕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더불어 사는 인생을 권하고 싶다.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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