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이 ‘최고 보약’

2011.04.28 19:18 입력 2011.04.29 01:21 수정
한상우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정신건강에 대한 식견이 문화수준의 잣대가 되는 시대다. 소설가 김현경씨는 자신이 받은 정신분석치료의 개인적 경험을 소설로 써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2년 전에는 <30살 심리학에게>라는 정신과의사의 심리교양 시리즈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의술 인술]정신건강이 ‘최고 보약’

그런데 여기에 감춰진 중요한 사실은 이런 관심이 중장년층보다 20~30대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먹고 사는데 전력투구를 해도 모자랄 지경인 중장년층의 현상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진부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차라리 젊은 청장년층의 폭넓은 교육 배경과 문화적 경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욕구가 분출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종의 사회구조가 진보한 결과인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근대에는 신경증이 보편적 사회현상이었다면 현대는 인격장애가 보편화된 문제라고 말한다.

신경증이란 자신이 불안하고 불편해서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고, 인격장애는 자신이 불편할 때 주변사람이나 환경을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으로 볼 때 현대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은 변하지 않고 남이 변하거나 나에게 맞춰주기만을 바라는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의 갈등이 증가하여 점차 개개인들은 고립감을 느끼는 사회로 진행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런 사회현상의 한 단면으로 인간관계의 고뇌와 갈등을 해결해 줄 방법에 대한 목마름이 심리학 서적에 대한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과연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심리학 서적들이 사회적 병리현상이나 개인의 갈등을 얼마나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런 책들은 인간적 갈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증가시켜줄 뿐, 문제 해결은 별개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인문학, 철학, 종교 등 수많은 문화적 발달을 이루어 왔지만 우리가 그런 경험을 뇌속에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은 정신적 성장과 발달을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여 습득하고 발달시키며, 그 성취도와 성장속도는 각자 다르다. 과거 필자는 “말할 곳 없는 한국인, 정신과 대신 점집으로?”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점집이나 역술인을 찾는 것은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자기 확신을 얻기 위한 심리 때문이다. 이것은 심리적 의존성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 사회적으로 흔히 통용되는 것으로 점술이나 역술인을 받아들여 왔던 우리 문화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인간의 심리적 성장과 발달을 도와줄 건강한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외로움이나 갈등을 치유하지 못해 몇 년을 고민하며 방황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가까이에는 정신과 의사들이 이웃사촌처럼 널려 있으며 이들은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정신분석치료를 제공한다. 이런저런 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을 때 주저하지 말고 정신과 문을 두드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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