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재활치료는 ‘가정’ 중심

2011.05.19 20:06
권정이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환자·의사·가족 삼위일체 이뤄야

윤수를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 윤수가 세상에 나온 지 25개월 때다. 32주 만에 미숙아로 출생한 윤수는 생후 10개월(교정연령 8개월)이 되어도 혼자 앉아 있지 못해 재활의학과를 방문하였고 뇌성마비로 진단되었다.

‘조기재활’ 치료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 때부터 1년 넘게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재활병원을 전전하며 길게는 3개월, 짧게는 한달 정도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외래에서 윤수를 처음 보았을 때 윤수는 혼자 앉아 있을 수는 있으나 등이 많이 굽은 상태였고, 의자에 혼자 앉아 있기는 하지만 균형이 안 잡혀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신체 검진 시 윤수는 심하게 울면서 온몸에 힘을 주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하지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바닥에 일으켜 세우려고 했을 때 두 다리가 꼬이며, 까치발하는 게 보였다.

윤수의 까치발 교정을 위해 양측 하퇴 근육에 보튤리눔 독소 주사를 놓았고, 고관절 경직을 감소시키고자 페놀신경차단술과 중추신경재활치료(보바스치료) 등을 시행했다. 그 밖에 기능적 전기자극술, 수중재활치료, 작업치료를 병행했고, 작년 가을부터는 몸통의 균형감을 높이기 위해 재활 승마치료를 하고 있다.

이제 윤수는 하지보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잠시 혼자 서 있을 수 있으며, 워커를 이용하여 실내에서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다.

윤수의 경우 교정연령 8개월에 재활 치료를 시작했으므로 조기재활 케이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윤수와 같은 고위험 신생아는 교정연령 3개월 정도에 소아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신경 발달을 평가받는 것이 필요하다.

[의술 인술]뇌성마비 재활치료는 ‘가정’ 중심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뇌성마비 치료는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병원에 입원해 하루 2시간 이상 집중 치료를 받을 경우, 설령 아동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아직 뚜렷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다. 병원은 정상적인 환경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엄마, 아빠,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 습득되는 경험이 아동의 정서 및 인지 발달에 중요하다.

또 하나 고려해야할 점은 전문재활치료의 중요성이다. 운동 기술 습득에는 반복이 중요한데, 피로에 의해 정확한 동작이 수행되지 않으면 좋은 기술이 습득될 수 없다. 따라서 질이 고려되지 않은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린 아이의 경우 숙련된 전문치료사에 의한 전문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아동을 최대한 배려하며, 흥미를 유발하면서, 울리거나 지치게 하지 않는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운동을 하게 할 때 비로소 운동 기술 습득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주 2~3회 레슨을 통해 집중하여 훈련 받은 뒤 가정에서 조금만 연습해도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살랑살랑 봄바람과 함께 날아온 한 통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윤수가 유치원에 입학하였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저는 원래 하던 디자인 업무를 파트 타임으로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매일 저녁 같이 식사를 합니다. 이런 일상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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