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예방접종, 면역력 저하 상태라면 생백신 아닌 사백신 맞아야

2024.03.23 09:00 입력 2024.03.23 14:50 수정

고령자·중증질환 환자 주의 필요

몸통 부위에 띠 모양으로 발생한 대상포진. 국가건강정보포털 제공

몸통 부위에 띠 모양으로 발생한 대상포진. 국가건강정보포털 제공

‘띠 모양의 발진’이라는 뜻의 대상포진은 50세 이상에게 예방접종을 권장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과거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에게 남아 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신경계에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된다. 이때 붉은 반점과 물집 등 다양한 피부병변과 신경통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나이가 들며 점차 면역력이 떨어질 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면 발생률이 크게 떨어지고, 만일 걸리더라도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며 신경통 같은 후유증 발생률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1회 접종하는 생백신과 2개월 간격으로 총 2회 접종하는 사백신(유전자재조합)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다만 생백신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을 때 접종하면 오히려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에 걸린 경우라면 급성기 증상이 지나고 6개월에서 1년 후에 접종하도록 권고한다. 사백신은 이런 단점이 없어 고령자나 중증질환이 있는 환자,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권장된다.

현재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국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예방접종 항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질병관리청이 지난 1월25일 발표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 결과를 보면 도입 근거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은 최종 15개 항목에는 포함됐다. 이 연구에선 백신 가격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생백신을 맞히는 방안에 사백신 접종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매겼다.

전문가들은 점차 고령화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대상포진 예방접종 또한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떤 종류의 백신을 주로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선 국내외 학회나 관련 기관의 연구와 가이드라인, 그리고 각 백신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백신은 추적조사 결과 예방 효과의 강도와 지속성이 시간이 흐르며 점차 낮아지는 데 반해 사백신은 장기 예방 효과가 비교적 잘 유지돼 미국 등에선 아예 생백신은 접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의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는 50대 연령층에 대해선 사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는 60대 이상일 경우 생백신 접종을 권장해왔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데다 고령층일수록 시간이 흐른 뒤 예방 효과가 낮아지는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을 포함한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생백신을 권고하지 않고 있고, 과거 생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도 사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재헌 교수는 “사백신이 고가이긴 해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면 오히려 고가의 백신을 맞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나 생백신을 맞지 못하는 면역저하자들도 쉽게 접종할 수 있게 돼 건강 형평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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