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앙금 풀어주는 ‘화해의 법원’

2009.03.01 17:37

광주지법 장흥지원
소송 절반 화해로 매듭
전국서 가장 작은 법원
방청객 견학 몰려들어

광주지법 장흥지원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시골 법원’이다. 지원장을 포함해 판사가 3명이다. 청소원 등 말단 직원까지 합쳐도 모두 30명이다.

한 해 동안 처리하는 사건 수는 민사 600건, 형사 400건 안팎이다. ‘공판 중심주의’가 뿌리내리기 전인 5~6년까지만 해도, 주심판사와 배석판사 2명으로 꾸려지는 민사합의부 재판을 하려면 이웃 법원에서 판사 1명을 꿔와야 했다. 이렇게 ‘작은 법원’이지만 대법원도 못하는 일을 해내는 야무진 법원이다.

장흥지원은 재판소라기보다는 ‘화해의 장소’라는 이미지를 품어낸다. 담당판사가 재판에 앞서 원피고를 만나 ‘억울한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 실마리가 된다.

‘작지만 아주 큰’ 법원인 광주지법 장흥지원 법정에 방청객으로 온 청소년들이 재판을 끝낸 임수희 판사에게 앞다퉈 손을 들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작지만 아주 큰’ 법원인 광주지법 장흥지원 법정에 방청객으로 온 청소년들이 재판을 끝낸 임수희 판사에게 앞다퉈 손을 들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여기에 관할 구역인 장흥·강진군 주민으로 이뤄진 조정위원 60명도 적극적으로 소송인들을 설득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동훈 조정위원(전 강진읍장)은 1일 “한없이 높게만 여겨지는 판사가 원피고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앙금이 모두 가셔버린다”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던 분들이 손잡고 법원 문을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장흥지원은 지난해 소송사건 52.3%를 화해로 끝냈다. 전국 법원 평균 화해조정률 34.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변호사 선임하느라 ‘생돈’을 들여야 하고 수차례 법원을 오가야 하는 고충이 금방 해결된다는 것이다.

장흥지원은 유일하게 ‘드라마 같은 재판’을 실제로 하고 있다. 2006년 6월 사법 사상 처음으로 ‘민사재판 배심원제’를 시범실시한 이후 그해 두 차례, 2007년 한 차례, 2008년 한 차례 선보였다.

그때마다 전국에서 이를 보려는 ‘방청객들’이 몰려오기도 한다. 배심원으로 뽑힌 주민 12명이 3~4시간 동안 판사와 소송 당사자, 증인, 변호사 등의 치열한 논쟁을 지켜본 후 자체 토론을 통해 사실상 판결문이나 다름없는 ‘권고안’을 내는 구조다.

장흥지원 재판정은 유치원생부터 초·중·고교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딱딱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털어낸 데다 다른 법원보다 자주 열띤 토론장면을 볼 수 있어 학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장흥지원은 이 달부터 민사재판을 매주 한 번씩 열기로 했다. 이 전까지는 2주에 한 번씩이었다. 변호사가 없는 ‘무변촌(無辯村)’이라 손이 달리지만 심리를 더욱 밀도 있고, 친절하게 진행해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인규 지원장은 “주민들이 자주 찾아오다보니 법 상식과 법 문화도 저절로 생활 속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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